생활/건강
잘봐, 잘파세대 온다!
입력 2023-10-17 01:00 
픽사베이
이제 MZ, 알파세대 공부했는데 또?
디지털이 일상인 잘파(Z+Alpha) 세대 등장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에 노출, 일찍 브랜드 접해
K팝 · 메타버스 · 쇼츠에 익숙해져야

세상이 어찌나 빠르게 변하는지. MZ세대를 공부해야 한다고 해서 트렌드 서적을 읽고 자료를 찾았는데, 금세 또 다른 세대가 등장했다. ‘잘파세대, 비즈니스 및 마케팅 측면에서 주요하게 살펴야만 할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야기다.
‘잘파(ZALPHA)세대 = Z와 알파
내가 근무하는 오피스에는 30대 중후반의 밀레니얼과 20대 초중반의 Z세대가 공존한다. 이 두 집단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그 차이점이 명확히 표출됨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면 M은 X세대인 나와 더 원활한 소통을 한다. 밀레니얼과 Z를 두리뭉실하게 묶어둔, 그러니까 이전의 X와 구분 짓기 위해 그어놓은 선이 흐릿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 집에는 2019년생 아들 녀석이 함께 거주한다. 그는 최근 생일을 맞았다. 이제 만 4세다. 아직 ‘아기라고 불러도 될 연배다. 이 아이에게 그 누구도 모바일 디바이스의 터치 및 슬라이드 사용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다. 부모 입장에서 이런 디바이스 자체로의 접근을 최대한 늦추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다. 하지만 그는 눈대중으로 이미 사용법을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패드를 보면 손가락으로 터치를 하고, 화면을 쓸어 넘길 줄 안다. 식사 시간에 가끔 시청하게 해주는 유튜브 영상을 자기 손으로 직접 재생한다. 그에게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게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존재하는 일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 ‘알파세대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들의 등장은 현재까지 상용화되어 있던 세대의 위치 조정을 필요하게 한다. 이제 밀레니얼인 M은 X세대 쪽으로 상향 조정된다. 그리고 Z세대는 알파세대와 한데 묶인다. 이렇게 우리는 이들 Z세대와 알파세대를 ‘잘파(ZALPHA)세대라 칭한다. 한참 동안 MZ세대론으로 산업을 해석하고 분석해왔지만 이제는 잘파세대를 위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곧 그들은 소비 시장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소비자 집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구분법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 있다. 바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다. 밀레니얼은 아날로그 시대의 끝자락을 경험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맞이했다. X세대인 내가 인생의 2/3를 아날로그로, 현재까지의 1/3 인생을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체득하며 살아가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잘파세대는 오롯이 디지털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세상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다. 밀레니얼은 아날로그 시대의 끝자락을 경험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맞았지만 잘파세대는 오롯이 디지털을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사진=픽사베이
이제 밀레니얼인 M은 X세대 쪽으로 상향 조정된다. 그리고 Z세대는 알파세대와 한데 묶인다. 이렇게 우리는 이들 Z세대와 알파세대를 ‘잘파(ZALPHA)세대라 칭한다. 한참 동안 MZ세대론으로 산업을 해석하고 분석해왔지만 이제는 잘파세대를 위한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곧 그들은 소비 시장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소비자 집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빠른 경험… 새로운 소비자군
시골 무지렁이로 자란 나는 산, 들, 강이 가장 친숙한 놀이터였다. TV는 일상이기보다는 특별한 경험 혹은 체험에 가까웠다. M세대의 어린 시절도 유사했을 거다. 세계 인류 전체의 손에 스마트한 전화기가 들려진 게 불과 얼마 되지 않는 근래의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과 디지털 패드가 곁에 있는 세대는 다르다. 디지털에 친숙하다는 건 이른 시기부터 다양한 콘텐츠에 노출되고, 접근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일종의 연쇄작용인데, 콘텐츠 경험 시기가 당겨진다는 건 그가 소비자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됨을 뜻하기도 한다.
아주 오래 전에는 TV 프로그램조차 24시간 방영되지 않았다. 자정 정도 되면 화면 조정 시간이 되었고,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시작했었다. 그러니 광고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조차 한정되어 있었다. 지금은 24시간 내내 TV 속 수백 개의 채널이 돌아가고, 각종 플랫폼에서는 수없이 많은 콘텐츠와 브랜드 광고들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새로운 세대론으로 대두되고 있는 잘파세대는 그런 미디어 환경에서 자라왔고, 자라고 있는 세대다.
그러니 그들은 일찌감치부터 소비자로서의 자세와 잣대를 지닌 존재가 되었다. 이제 세상의 마케팅 전략은 두 축으로 돌아간다. 기존 세상에 익숙한 위 세대와, 완전히 새로운 인류로 거듭나고 있는 잘파세대. 이제는 많은 산업에서 잘파세대를 눈여겨본다. 그리고 그들에게 부합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전술을 시행한다.
그룹 뉴진스(사진 어도어)
잘파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전략 및 전술 중 가장 자연스럽게 잘파세대와 소비산업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바로 K-팝 아티스트가 아닐까. 하이브 산하 ADOR 소속의 걸그룹 뉴진스는 데뷔와 동시에 모든 멤버들이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가 성장형 아이돌로 출범시킨 보이그룹 라이즈는 노래 한 곡 정도가 발매되기도 전에 유명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가 됐고,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과도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뉴진스와 동일한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다.
차이가 있다면 뉴진스의 멤버들은 각각 다른 브랜드의 앰배서더가 됐고, 라이즈는 단체로 한 브랜드와 계약했다는 점이다. 뉴진스의 다섯 멤버들은 2004년에서 2008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이즈 일곱 멤버의 평균 나이는 약 21세다. 이 두 그룹은 잘파세대의 전형적 범주 구성원이다. 해외 유수 명품 브랜드들이 이 어린 아티스트들을 모델로 계약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바로 브랜딩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역사적 전통을 가진 브랜드를 알리고, 그들을 미래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의 일부인 셈이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데뷔곡 ‘겟 어 기타(Get A Guitar) 무대를 선보이는 라이즈(RIIZE)(사진 SM엔터테인먼트)
잘파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콘텐츠에 노출되었고, 앞선 세대가 이들 브랜드를 접한 시기보다 더 일찌감치 브랜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명품 브랜드들이 어린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는 목적성. 그건 바로 디지털 바이럴을 일으키고, 콘텐츠에 담은 메시지를 통해 고객층을 더 확장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잘파세대의 큰 특징은 MZ세대론에서도 주요 특성으로 인지되던 ‘취향이다. 씀씀이는 곧장 취향에 부합되는가로 직결된다. ‘숏 콘텐츠를 좋아하는 잘파세대는 완성된 콘텐츠 하나를 진득하게 끝까지 관람하지 않고, 심지어 하지 못한다. 결국 톱다운(Top-Down)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플랫폼 속에 삽입된 콘텐츠 형태의 소통이 더 잘 먹히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잘파세대는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콘텐츠에 노출되었고, 앞선 세대가 이들 브랜드를 접한 시기보다 더 일찌감치 브랜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명품 브랜드들이 어린 아이돌을 모델로 기용하는 목적성. 그건 바로 디지털 바이럴을 일으키고, 콘텐츠에 담은 메시지를 통해 고객층을 더 확장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잘파, 모으기보다 가치 있게 쓰는 것 중시
일러스트=픽사베이
다음으로 잘파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MZ세대론에서도 주요 특성으로 인지되던 ‘취향이다. M과 알파의 중간 세대인 Z세대부터 개인의 취향이 소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자신의 취향에 부합된다면 무조건 가지려 한다. 이들은 돈을 모으기보다는 어떻게 가치 있게 쓰느냐를 더 중시한다. 그 가치 있는 씀씀이는 곧장 취향에 부합되는가로 직결된다.
우리 부부는 그에게 게임이라는 것을 알려주지도, 체험하게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또 유치원에서 보고 들은 것을 토대로 게임이 무엇인지를 벌써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TV나 유튜브 속에서 실행되고 있는 게임 광고도 한몫 거든다. 아무튼 불과 네 살밖에 안된 녀석이 탁자 위에 손을 얹어두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듯한 시늉을 한다. 그게 게임이라며. 이처럼 게임은 잘파세대에게 아주 중요한 접점이 된다.
특히 제페토나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이들의 또 다른 놀이터로 기능한다. 그리고 이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세상에 마케팅이 침투했다.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구찌와 루이비통 등의 명품 브랜드도 일찌감치 메타버스 플랫폼 속에 자신들의 세계관을 창조한 바 있다. 실제로 그 속에서 수익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상 세계 속에서 잘파세대는 자신만의 (가상) 명품 백을 구매해보기도 하고, 심지어 트레비스 스캇과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을 즐기기도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마지막으로 잘파세대에게 접근하는 마케팅 기술은 (짧은 콘텐츠를 의미하는) ‘쇼츠라 생각한다. 호주 시드니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조카들의 손에는 항상 모바일 폰 또는 패드가 들려 있다. 주로 유튜브의 쇼츠 콘텐츠들을 보는 그들에게는 10초 정도의 시간도 긴 듯 했다. 끊임없이 손가락을 위로 튕기며 콘텐츠를 넘겼다. 중학생 조카는 틈만 나면 로블록스에 접속하거나, 마인 크래프트 등의 게임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쇼츠 필름이었다. 현재의 잘파세대는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하는 시간이 꽤나 짧다.
Z세대까지는 현실 속에서 부딪히며 이해하려 하고, 알파세대는 당장 눈앞의 그 녀석에게서 배운다. K-팝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고, 메타버스라는 세상을 공부해야 하며, 짧은 호흡 속에 내러티브를 심어내는 방법론을 연구해야 한다. 톱다운(Top-Down)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플랫폼 속에 삽입된 콘텐츠 형태의 소통이 더 잘 먹히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잘파에게 접근하는 또 하나의 방법 ‘쇼츠
예를 들어 오래 전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같은 걸 단 몇 분 내의 ‘짤로 다 섭렵하는 세대이기에 그렇다. 시드니의 조카 녀석이 그랬다. <지붕뚫고 하이킥>을 안다고. 그래서 그걸 다 봤냐고 물었다. 아니란다.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짤 모음을 통해 봤다고 했다. 수 년 동안 방영되었던 그 분량을 30분으로 압축한 영상 모음으로 본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실 여기에서는 꽤 심각한 인식론적 오류가 발생하긴 한다. 최근 세대에게 흔히 발생하는 오류라고 여겨지는 것으로, 그건 바로 완성된 콘텐츠 하나를 진득하게 끝까지 관람하지 않고, 심지어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편의 영화를 관람하기보다는 그 영화를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접한다. 분명 그 행위는 완전한 영화 관람이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는 스스로 영화를 다 봤다고 여기게 한다. 이건 오류이면서도 현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잘파세대뿐만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 익숙해진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은 긴 것 자체를 인내하지 못한다. 무조건 짧아야 한다. 그런데 이목을 집중시켜야만 한다. 10초 내외의 러닝타임 속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 풀어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미래의 핵심 소비자군으로 이해되는 잘파세대는 기존 소비자들과는 조금 다른 소통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 과거 TV 속에서 파란 눈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디올의 향수 광고를 봤을 때의 생경함과 경외심은 미래 소비자에게는 어쩌면 먹히지 않는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같은 일차원적, 흔히들 톱다운(Top-Down)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그들이 좋아하는 플랫폼 속에 삽입된 콘텐츠 형태의 소통이 더 잘 먹히지 않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진=픽사베이
네 살짜리 아들이 내게 다가와 설명한다. ‘마인 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그걸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이런 아이를 보며 새로운 세대의 면모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Z세대까지는 현실 속에서 부딪히며 이해하려 하고, 알파세대는 당장 눈앞의 그 녀석에게서 배운다.
최근 게임 및 캐릭터와 협업하는 다양한 제품들의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X세대인 나를 타깃으로 하는 전략이 아님을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이유는 모르지만 또 다른 세대는 그것에 열광하고 있다. K-팝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하고, 메타버스라는 세상을 공부해야 하며, 짧은 호흡 속에 내러티브를 심어내는 방법론을 연구해야 한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잘파세대는 다른 시각으로 보면 우리의 미래다. 그들과 소통하는 방식마저 변화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네 살배기 아들이 이야기하는 그들의 세상에 귀를 기울인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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