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내 팔레스타인계 소년 증오범죄에 자상 입고 희생···바이든 "참담한 심정"
입력 2023-10-16 13:59  | 수정 2023-10-16 14:03
살해 용의자 조셉 추바. / 사진 = 연합뉴스
미 당국 "지역사회 경계 강화 및 종교 보호시설 보호 예정"

이·팔 전쟁이 심화되면서 이슬람교도에 대한 증오와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시카고 근교에서 팔레스타인계 가정의 6세 소년이 70대 노인에 의해 살해됐습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끔찍한 증오행위는 규탄해야 한다"며 유족과 무슬림 공동체에 애도를 표했습니다.

미 당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를 향한 위협이 증가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어제(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와 현지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윌 카운티 경찰은 1급 살인 및 살인미수, 증오범죄 혐의로 조셉 추바(71)를 체포해 조사 중입니다.

추바는 지난 14일 시카고 남서부 근교의 플레인필드 타운십의 한 주택에서 6세 소년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소년의 어머니도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미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추바는 모자가 세 들어 살던 주택의 집주인이며, 중동 관련 뉴스를 보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전합니다.

CAIR이 소년 부친으로부터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집주인인 추바는 14일 소년 집 문을 두드린 뒤 소년 모친이 문을 열어주자 "무슬림은 죽어야 돼!"라고 소리치며 그녀의 목을 조르고 흉기로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소년 모친은 가까스로 화장실로 도피해 911에 신고했고, 이후 화장실 밖으로 나온 모친은 6세 아들이 흉기에 찔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소년은 26군데 자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모친 또한 십여 군데 상처를 입고 심각하게 다쳤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지 경찰은 "용의자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두 피해자가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잔인하게 공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질(영부인)과 나는 충격을 받았고 진저리가 났다"며 유족과 팔레스타인인, 아랍인,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에 위로와 기도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15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 아이의 팔레스타인 무슬림 가족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평화롭게 살고 배우고 기도할 피난처를 찾아 미국에 왔다"며 "어떻게 기도하고 무엇을 신봉하며, 우리가 누구냐는 것을 이유로 한 공포로부터의 배제는 자유라는 근본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함께 모여 이슬람교에 대한 증오와 모든 형태의 편견과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누군가를 향한 증오는 설 자리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미국 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를 향한 증가하는 위협을 추적하며 경계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 내에서 폭력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전쟁 발발 후 미국 내에서 하마스 지지 세력이 미국 내 공격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지역사회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논의하고 미국 내 유대교 및 이슬람 관련 종교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 김혜균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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