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 분야에서도 AI 활용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MBN에서는 챗GPT를 활용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보는 [일문Chat답]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사고와 논쟁들을 AI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일문Chat답]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나는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야"
평소 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20대 정모 씨. 정 씨는 본인이 남들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데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함께 사는 동생과 똑같은 시간에 같은 메뉴를 먹고 더 많이 움직이는데도 체중계 눈금은 항상 앞서 나간다는데.
정 씨의 말처럼 '물만 먹어도 살 찌는 체질', '남들보다 더 잘 찌는 체질'이 따로 있는 걸까요?
좋은 날씨와 풍부한 먹을거리로 말까지 살이 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입니다.
MBN은 대화형 인공지능(AI)서비스 챗GPT에 '살 찌는 체질'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챗GPT "물은 칼로리가 없어"
사진 = 챗GPT 캡처
챗GPT는 "개인의 대사율, 생활 습관 등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음식을 먹어도 더 살이 찔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기초대사량이나 유전적 요인에 따라 살이 찌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게 챗GPT의 설명입니다. '살 찌는 체질'이 있다고 본 셈입니다.
챗GPT는 타고난 체질 말고도 식습관이나 심리적인 요인이 평소보다 혹은 남들보다 살이 더 찌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사진 = 챗GPT 캡처
마지막으로 '물만 마셔도 살 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물 자체가 칼로리가 없기 때문에 살이 찔 수가 없다"며 "물과 함께 섭취되는 음식과 음료의 칼로리를 고려하라"는 따끔한(?)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살 찌는 체질 '크래커'로 확인 가능?
사진 = MBN
챗GPT 답변처럼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이 있다면, 내가 살이 찌는 체질인지 안 찌는 체질인지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미국의 유전학자 샤론 모알렘 박사는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비율을 알아보는 '크래커 테스트'로 타고난 체질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당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크래커를 먹고 단맛이 느껴지는 시간대를 체크하면 됩니다.
입에 문 시간부터 시간을 체크하기 시작한 뒤 단맛이 느껴지면 바로 시간을 확인해 적어둡니다. 단맛이 느껴지지 않더라도 30초가 지나면 테스트를 멈춥니다.
약 두 번 정도 반복한 뒤, 평균 시간을 냅니다.
▶14초 이내로 단맛이 느껴졌다면 '풀 탄수화물 타입(Full carb type)'입니다. 유전적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잘 활용하는 타입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간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비교적 덜 찝니다.
▶15~20초 사이에 단맛이 느껴졌다면 '탄수화물을 적당히 이용하는 타입(Moderate carb type)'입니다. 풀 탄수화물 타입보단 간식으로 살이 찔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단맛을 느끼는데 30초 이상 걸린다면 '탄수화물을 제한해야 하는 타입(Restricted carb type)'입니다. 다른 타입과 비교했을 때 탄수화물보다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사용하는 타입으로,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 다 활용하지 못하고 체내에 남아 체지방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큽니다.
필자가 직접 테스트해 본 결과, 단맛을 느끼기까지 약 20초 정도가 소요됐습니다. '탄수화물을 적당히 이용하는 타입'인 겁니다.
알렘 박사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를 생성하는 유전자가 많으면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잘 활용한다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보다 간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탄수화물을 잘 활용하는 '풀 탄수화물 타입'에 속하더라도 탄수화물을 매우 과도하게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의료진 "크래커 테스트, 탄수화물에 국한된 실험"
국내 의료진은 '크래커 테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크래커 테스트로 살 찌는 체질 여부를 판가름하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강 교수는 "크래커 테스트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를 테스트하는 건데, 살이 찌는 요인에는 탄수화물만 있지 않다. 당분 섭취량, 저작운동 능력, 위장 능력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탄수화물 분해 능력이 비만도에 약간의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살이 찌는 혹은 안 찌는 체질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근거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왕가탕후루 / 사진 = 달콤나라앨리스 제공
또,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챗GPT의 답변과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강 교수는 "물만 먹고 찌는 건 불가능하다"며 "대개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은 '남들보다 많이 안 먹는데도 찐다'는 뜻으로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남들보다 적게 먹는데도 찐다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먹는 양이 적더라도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거나, 식사 중간중간 당분 함량이 많은 음료나 간식을 먹으면 찔 수밖에 없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입니다.
만약 고열량 음식도 먹지 않고, 당분 함량이 많은 간식을 먹지 않는데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보통 여자보다는 남자가,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는 적은 사람이, 근육량이 많을수록 대사량이 높다"며 "대사량이 낮은 경우 하루 동안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적어지므로 살을 빼는 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사량은 타고나는 경우도 많지만, 운동이나 생활습관을 통해 충분히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