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롤스로이스男 사건, 초동조치 미흡했다"

당시 신씨 구금된 지 약 17시간만에 신원보증제도 통해 석방돼

윤희근 경찰청장이 압구정동 롤스로이스 차량 돌진 사건에 대한 초동조치가 미흡했음을 인정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지난 8월 2일 서울 강남구 한 병원에서 마약류 약물을 투약받은 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던 28살 신 모 씨가 20대 여성 A 씨를 들이받아 뇌사에 빠지게 한 사건으로, 당시 경찰이 신씨를 체포한 후 다시 풀어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어제(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원보증제도를 통해 롤스로이스를 몰던 20대 남성이 석방됐다는 자료를 받았는데 21세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묻자 윤 청장은 이러한 취지로 답했습니다.

신 씨는 지난 8월 2일 오후 8시10분쯤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20대 여성 A 씨를 친 혐의를 받습니다.

이 사고로 A 씨는 전치 24주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해당 사고로 A 씨는 양쪽 다리가 골절되고 복부와 머리를 크게 다치는 등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경찰은 당시 신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직후, 마약 간이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신 씨에게서 전신마취제인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케타민은 최근 '클럽용 마약'으로도 알려진 물질입니다.

그러나 신 씨는 구금된지 약 17시간만에 석방됐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신 씨를 석방한 이유에 대해 '신원보증제도'를 들었습니다.

대검찰청의 예규에 따르면, 신원보증제도는 피의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보증인이 수사기관에 구속이 불가능한 피의자의 출석을 담보하고, 소재 파악 등을 위해 신원보증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변호사가 신원보증을 하고 책임지겠다고 해서 석방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윤 청장은 "신원보증제도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제도"라며 "당시 (신 씨를) 풀어준 건 신원보증과 관련이 없고 초동조치가 미흡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어 사과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당시 신 씨가 마약 의심이 있었지만 병원 처방을 받았다고 진술해 교통사고 조사팀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을 때 기각이 될 수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는 내용도 보고 받았다"며 "이 부분 미흡한 것도 맞다. 더 말씀드리지 않더라도 일련 처리과정이 미흡했다는 것 인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 의원이 "경찰이 관행으로 신원보증제도를 유지하고 그런 사례도 많다는 걸 자료로 확인했다"고 질의하자 윤 청장은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사건과 '논현동 람보르기니' 사건을 연계해 'MZ조폭' 범죄와의 연관성을 수사 중입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