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루 하루가 고통"…독박 책임에 우는 정신질환자 가족들
입력 2023-10-11 19:00  | 수정 2023-10-11 19:50
【 앵커멘트 】
지난 8월 큰 충격을 준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 최원종과 최근 성남에서 부모를 살해한 자녀 역시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병세가 심해지는 급성기 때는 정신질환자 가족들은 폭언이나 폭력에 시달리곤 하는데, 문제는 현행법상 정신질환을 오롯이 가족이 책임지는 독박 구조 때문에 도와줄 누군가가 없다는 겁니다.
하루 하루가 힘든 정신질환자 가족들의 삶, 이혁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기자 】
30년 째 조현병을 앓고 있는 형과 살고 있는 김영희 씨.

형의 병세가 심해졌던 과거 '급성기' 때는 가족들은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곤 했습니다.

▶ 인터뷰 : 김영희 /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 "급성기 때 환청이라든가 망상 이런 증상이…. 본인들도 상당히 괴롭거든요. 가족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거나 그런 경험이 여러 차례 있습니다."

현행법상 행정 입원 등의 치료를 빼고 정신질환자를 돌볼 의무는 오롯이 가족 몫입니다.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에선 아들이 아버지를 존속 살해했고,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서울 평창동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 인터뷰 : 백종우 /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가족의 책임은 경감하고 특히 입원을 결정하는 등의 부분은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가족이 있으면 가족이 책임지라고…."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치매나 우울증 환자 위주여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은 상대적으로 돌봄이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이한결 /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전략기획본부장
- "당사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달라고 해도 받을 수가 없는 거죠.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 준다면 타인에 대한 분노가 오히려 수그러들겠죠."

정신질환자 가운데 장애 등록만 10만 명이 넘지만 정신재활센터는 전국에 349곳뿐.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를 맡게될 위기지원쉼터 등의 설치와 지원 근거가 담긴 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가족들만 오롯이 독박을 쓰는 정신질환.

정부와 사회가 나서 치료는 물론 치료 이후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합니다.

MBN뉴스 이혁재입니다. [yzpotato@mbn.co.kr]

영상취재: 신성호 VJ·황주연 VJ
영상편집: 김상진
그래픽: 이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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