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 넘어지는 것 봤는데"…이웃 주민 신고, 알고 보니 충격적인 전말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선고
객관적·과학적 증거 부족 주장

소음 갈등을 겪던 중 60대 B씨가 계단 아래로 밀쳐져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A씨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2021년 1월 17일 오전 4시쯤 거주지인 경기도 영통구의 한 빌라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서 60대 A씨가 60대 B씨의 가슴 부위를 양손으로 밀쳐 피해자를 1층 계단 아래로 떨어뜨렸습니다.

B씨는 결국 사망했으며 A씨는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B씨는 떨어진 당시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인 1월 19일 오전 4시 55분쯤 숨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가 계단에서 떨어진 원인을 신체에 가해진 외력이라고 단정할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내용과 사건 당시 B씨가 떨어지는 모습 일부가 촬영된 빌라 CCTV 영상이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초인종을 눌러 잠에서 깨어나 현관문을 열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앞서가던 피해자가 발을 헛디뎌 앞으로 굴러 넘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촬영된 CCTV 영상에는 다른 모습이 찍혔습니다.

영상에서는 피해자가 뒤통수와 등 부분을 바닥 방향으로 향한 상태에서 계단 아래 방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앞으로 굴러 넘어졌다는 피고인의 위 진술과 배치된다고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A씨는 피해자가 계단에서 떨어지고 약 30분 경과한 뒤 계단 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길 두 차례 반복하고 나서 사건 발생 약 1시간 뒤에 119 및 112에 신고했습니다.

A씨는 이 사건 이전 "(B씨가) 고함을 지른다. 주변 사람을 위협한다"는 등 이유로 7회에 걸쳐 112에 신고한 바 있습니다.

1심은 이 같은 이유를 들면서 "야간에 초인종을 누르는 등 소란을 피우는 피해자에게 화가 난 나머지 피해자를 밀치는 방법으로 폭행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사정이 있다"고 하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CCTV 영상 감정서와 부검감정서 등을 근거로 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국과수 감정서에는 '이 사건 영상으로부터 피해자의 특정 자세를 단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턴트맨 실험 등으로 모사를 시도했으나 피해자의 거동 형태를 직접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기재돼, CCTV 영상으로 피해자 추락 원인을 규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변사지조사 결과 보고서에도 '피해자에게 방어흔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추락 원인을 추단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의 추락에 어떠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밀치는 방법으로 폭행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