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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감독? 아무나 하는 게 아냐...배우 하기에도 벅차다” [M+인터뷰①]
입력 2023-10-02 13:32 
배우 송강호가 영화 ‘거미집’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거미집에거 영화감독 김열로 열연한 송강호
새로운 영화 기분으로 봐 달라 전한 그


극장가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거미집.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주목받은 ‘거미집은 ‘조용한 가족 ,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와 ‘밀정 등 작품마다 신선하고 독특한 소재와 장르로 새로운 재미를 보여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다.

송강호는 극 중 걸작을 만들고 싶은 ‘거미집 감독 김열 감독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또 한 번 역대급 캐릭터를 완성하며 대중들을 만났다.


‘거미집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흥행이 되지 않고 관객과 소통에 실패하더라도 같은 영화만 계속할 수밖에 없는 선택은 지향하고 싶었다. 비전과 함께 얼마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기에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 또 고인물이 아니라, 열 발자국은 못 되더라도 한 발자국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 모습을 찾는 작품을 하고 싶어 ‘거미집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거미집만의 매력은?

이번 작품은 그동안 못 본 형식의 영화다. 관객에게 생소하고 파격적인 면도 있는 영화를 선보였을 때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요즘 대중들이 작품을 접하는 매체들이 다양해졌다. ‘거미집 역시 이러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듯 좋아하고 반갑게 바라봐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배우 송강호가 ‘거미집으로 김지운 감독과 재회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김지운 감독과 5번째 함께한 소감은.

‘밀정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지 모르겠다. 오래 걸렸다고들 하는데 봉준호 감독도 10년 만에 만났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적 장르 변주를 잘하는 감독이다. 이번 촬영에 앞서 ‘어떤 여행을 떠날까라는 설레는 감정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또 사람을 괴롭힐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하.

거장 감독들에게 꾸준하게 캐스팅되는 비결이 있을까?

평범함이다. ‘배우다라는 느낌보다 이웃 같고, 옆집에 사는 사람 같고, 친구 같고 그러다 보니 많이 기회를 얻는 거 같다.

극 중 걸작을 만들고 싶은 ‘거미집 감독 김열 감독 역을 맡았는데. 감독 역할을 해보니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촬영할 때 배우들만 고생하고 감독은 편해 보였다. 늘 카메라 뒤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마어마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감독 제의도 많이 받았을 거 같다.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다.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최근 연출에 도전한 배우들이 많은데, 이런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나에게 이런 재능은 없는 거 같다. 솔직히 지금 배우 하기에도 벅차다. 주변에서는 감독 제의를 많이 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은 20년 전부터 연출해보라고 이야기했는데 거절하고 있다. 나에게 어떤 출중한 능력이 돋보여서 제안하신 건 아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제안한 것도 아니었다. 하하.

송강호가 ‘거미집을 향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또 한 번 칸을 다녀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한국 관객들보다는 덜 웃었다.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보긴 했는데 ‘어떻게 만들었지?라는 생각으로 보고 있었던 거 같다. 사실 번역을 아무리 잘해도 한국적 뉘앙스가 잘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도 박수가 길게 나오고 호평받아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또 영화가 개봉 전부터 故 김기영 감독 유족 측으로부터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받았는데...지금은 잘 해결돼 관객들과 만나고 있지만.

모방한 것이 아니다. 70년대 한국 영화 현장에 대한 전체적인 오마주다. 영화는 김기영 감독님뿐 아니라 수많은 거장 감독의 작업 형태, 현장, 걸작들을 다른 작품이다. 애초부터 특정한 누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다.

촬영하는 동안 힘들지는 않았는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때 느낀 감정들을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받았다. 당시에 앙상블 맞추며 열정적으로 촬영하던 설렘과 넘치는 에너지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영화는 두 시간 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나리오부터 연기, 연출 등 모든 에너지까지 담아야 하고, 카타르시스, 희열이 하나가 돼 폭발했을 때 영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지점에서 ‘거미집을 달랐다.

각종 기대와 이슈 속 개봉을 하게 됐다. 이를 볼 대중들에게 관전포인트와 함께 한마디 한다면.

곤충 거미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필 ‘기생충, ‘괴물, ‘거미집까지 곤충과 파충류 계통의 작품을 많이 했다. 하하. 선입견 품지 말고 정말 새로운 영화를 한 편 감상한다는 생각으로 영화관에 왔으면 좋겠다.

[안하나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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