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싸우자"…분 안풀려 목 찌르려 한 30대 징역 5년

집 가보니 마약류도 소지, 심신미약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 하에 다투던 지인과 '맨손 격투'를 벌인 뒤에도 분이 풀리지 않아 흉기로 살해하려 한 3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살인미수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A(35)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습니다.

A씨는 이번 해 2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와 사업에 관해 언쟁하다가 한 건물 계단에서 몸싸움했습니다.

A씨가 파손된 난간 봉으로 B씨를 치려 하자 B씨는 "맨손으로 싸우자"라고 제안했습니다. A씨는 제안해 응하자, 둘은 건물 근처 공사장에서 격투를 이어갔고 B씨가 패배를 선언하며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여전히 사업을 도와주지 않는 데 앙심을 품게 됐습니다. A씨는 싸운 다음 날 저녁에 B씨에게 '큰일 났으니 바로 연락을 달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전화한 B씨에겐 "얼굴 뵙고 말씀드리겠다"며 자신의 집으로 불렀습니다.

심야 시간에 둘은 차를 타고 식당에 가기로 했습니다. B씨가 먼저 운전석에 앉자, A씨는 조수석에 자리를 잡고 "형님, 죄송합니다"라며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B씨 목을 향해 찔렀습니다. B씨는 얼굴을 돌려 피하다가 뺨과 귀 부위에 15cm의 자상을 입었습니다.

A씨는 도망갔지만 이튿날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집에 대마를 소지했고 과거에 흡연한 것도 드러났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사건 당시 약물을 복용해 심신미약 상태였고 환각 상태에서 B씨에게 상해를 가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직전 A씨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보면 약에 취해 보이지 않는 점과 문자와 전화로 B씨를 유인한 점, 소변 검사에서 약물 성분이 나오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씨는 사전에 계획은 세운 뒤 범행을 저질렀고, B씨가 순간 피하지 않았으면 살인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컸다"면서 "B씨가 '처벌이 너무 중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밝힌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