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에서 무단횡단 한 70대 노인…속도 준수해도 피하기 어려워
제한 속도를 넘기고 사람까지 치어 숨지게 했지만, 운전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봉준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고 발생에 대한 A씨의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A씨는 2021년 12월 15일 오전 7시쯤 서울 관악구의 한 편도 6차로 도로의 2차로를 따라 평균 시속 69.1km로 달렸습니다. 그러다 승용차 앞 우측 범퍼로 무단횡단하는 B(79) 씨를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검찰은 해가 뜨기 전이고 비까지 내린 상황에서 A씨가 사고를 미리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게을리해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블랙박스 상 A씨가 어두운 옷차림의 B씨를 인식한 순간부터 충돌하기까지 1~2초도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고를 피하기엔 거리상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선행 차량 역시 거의 충돌하기 직전 B씨를 발견해 겨우 피한 상황이었고, 뒤따르던 A씨가 대응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재판부는 봤습니다.
다만 사고 장소의 제한속도는 시속 50km고, 비가 내리는 경우 시속 40km가 되기에 이를 위반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주변 기상 상태나 선행 차량의 존재 등을 고려하면 제한속도를 준수했다고 해도 사고 발생을 회피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봤습니다.
A씨가 제한속도인 40km로 달리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피했을 가능성을 판단하긴 어렵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을 재판부는 고려했습니다.
검찰은 이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