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간] 별난 대표의 경영일지
입력 2023-09-27 10:30 


초고온 발열체 세라믹 히터라는 낯선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한 기업가의 도전기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위너테크놀로지를 검색해보면 여러 수상 경력과 함께 '초고온 세라믹 히터'를 국내 기술로 개발해 일본을 비롯한 유럽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라믹 히터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소모품이기 때문에 정기적인 부품 교체가 필요하고, 관련 시장도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블루오션 시장에서 위너테크놀로지는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강소기업의 이름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섭니다. 대기업에 편중된 경제 구조와 규모의 경제로 인한 불합리성 때문에 기술력과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중소기업이 주목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자 한동빈 대표는 창업하기 쉽지 않은 나라에서, 그것도 생소한 '초고온 발열체 세라믹 히터의 기술 국산화'라는 명분 하나로 사업에 뛰어들어 마침내 목표를 이뤄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개발에 성공한 부품은 지난 50여 년 동안 수입에만 의존하던 것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큽니다.

한동빈 대표의 인생은 한마디로 드라마틱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혈관종양으로 인큐베이터 신세를 져야 했고 수차례의 큰 수술로 인해 생사를 넘나들었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비행사의 꿈도, 항공 정비사의 꿈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 입학시험을 보고 생각지도 못했던 세라믹공학과에 진학하면서 인생이 변했습니다.

졸업을 앞둔 저자는 미래를 고민했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스카우트 돼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사업가의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러다가 스웨덴 K사로부터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던 부품에 대한 불만과 함께 K사의 횡포에 분개해 그 부품을 국산화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인천 남동공단의 허름한 공장에 터전을 마련해 창업한 저자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초고온 발열체 세라믹 히터의 개발에 성공합니다. 경영자로서의 위치와 리더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자신만의 경영 철학을 정립해나가는 한편으로 위너테크놀로지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였습니다.

한동빈 대표의 경영 철학을 두 가지로 표현한다면 '신뢰'와 '섬기는 리더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신뢰는 고객사에 대한 신뢰와 직원들에 대한 신뢰로 구분할 수 있는데, 고객사에게는 최고의 기술과 애프터서비스로 대응하고 직원들의 경우에는 그들을 믿고 의견을 지지해주며 다방면으로 지원해줍니다. 섬기는 리더십을 실천하고 있는 한 대표는 모든 직원들을 소중하게 대합니다. 특히 회사의 복지제도에 관심이 많습니다. 회사가 적자일 때조차 창업 당시의 '자녀의 대학 학비 지원' 약속을 지켜냈고, 매년 두세 차례의 유럽 출장길에 평직원까지 동행하도록 합니다. 비즈니스 클래스석에 좋은 호텔도 마련합니다. 직원들의 사기는 충천하게 되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근속 연수가 말해줍니다.

누군가는 저자의 행동을 과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직원들에 대한 투자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자신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이후 인생 3막을 위해 도전 중이다. 30년 가까이 기업가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 일을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인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작다고, 매출이 작다고 해서 사람의 그릇까지 작은 것은 아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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