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송중기X홍사빈X김형서 ‘화란’, 처절하고도 쓸쓸하구나[M+Moview]
입력 2023-09-27 06:32 
‘화란’ 리뷰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화란, 10월 11일 극장에서 개봉
송중기X홍사빈X김형서가 보여줄 쓸쓸하면서도 처절한 ‘화란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란이 지옥의 그림자에 갇힌 쓸쓸하면서도 감성적인 느와르를 담아냈다.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이다.

‘화란에는 배우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비비)가 출연한다. 또한 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팀 ‘화란은 칸 레드카펫을 밟은 것은 물론, 드뷔시 극장(Salle Debussy)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에서 첫 선을 보였다.

‘신세계, ‘무뢰한, ‘아수라, ‘헌트 등 진한 감성이 돋보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선보여온 사나이픽처스의 신작이자,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작품으로 송중기가 ‘노 개런티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창훈 감독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말로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기보다는 몸과 마음, 눈빛으로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몸과 몸이 부딪히고 뒤섞여가는 이야기로 생각해서 대사보다는 눈빛, 제스쳐 하나 하나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연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 멀고 먼 ‘화란, 나의 ‘화란은?
연규 역을 맡은 홍사빈과 하얀 역을 맡은 김형서는 가정폭력, 학교폭력 등에 놓여진 학생들이다. 이들은 ‘화란(네덜란드)으로 떠나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화란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펼쳐지는 쓸쓸하고도 눅눅한 이야기가 가슴 아프면서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일상적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아픔이 곳곳에 물들어 있다. ‘집이라는 작은 공간은 물론 ‘마을이라는 ‘집보다는 다소 큰 공간, 그 공간 속에 갇힌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항 속에 갇힌 물고기와 같다. 벗어나고 싶지만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운명, 그리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이들의 방식은 ‘지옥 그 자체가 된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토리가 차근차근 풀려나가면서 ‘화란의 개연성이 되며, 탄탄한 서사가 돼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옥을 겪게 되는 연규, 그리고 그의 곁을 지켜주는 이복남매 하얀, 호의에서 결국 자신의 희망을 찾기 위해 비겁해진 치건(송중기 분)까지 각 캐릭터들은 만나지 말았어야 할 지도 모르지만, 만났어야만 하는 ‘지옥 같은 운명에 처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들의 감정은 섬세하게 터진다. 배우들은 많은 대사 없이 눈빛과 제스쳐 등으로 이를 표현해 세 사람의 아픔과 힘듦,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지게 만드는 활약을 펼친다.

송중기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귀가 반쪽은 찢어진 것은 물론, 다소 어두운 피부톤, 편안하면서도 내추럴한 차림까지 이제껏 보단 ‘꽃미남 송중기와는 또 다른 ‘다크 송중기를 만날 수 있다. 특별히 많은 대사가 없어도, 치건이 묵묵히 견뎌 온 세월과 ‘해야만 하는 일로 되어버린 자신의 운명의 굴레 등을 담담히 받아들인 그 모습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더불어 치건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어항 속 물고기와 같이 그려냈다. 송중기는 치건을 ‘비겁하다라고 표현했다. ‘치건은 연규의 구원자인가 싶으면서도, 결국 연규가 치건의 구원이 되고마는 엔딩은 어딘가 비겁하며, 송중기는 이를 절제된 감정 속에서 담담하게 그려내 치건의 감정을 더욱 이해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폭력에 놓이게 된 연규.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홍사빈은 그가 처한 환경 등으로 벗어나고픈 욕구를 진솔하게 풀어낸 것은 물론, 치건을 통해 변화해가는 듯 하면서도 지옥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짠함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가정폭력 속 파블로프의 개가 된 듯 아버지를 보면 어른인 척하지만 결국에는 벌벌 떨고, 또 다시 공포에 질린 도움을 받을 상황에 놓인 어린 아이임을 느끼게 만든다.

이 곁에 있어주는 하얀 역의 김형서는 그런 홍사빈의 든든한 편이 되어주면서, 성숙함을 지녔지만 어딘가 삐뚤어진 여고생의 모습을 그려낸다. 또한 자신도 겁이 날 상황에서도 연규를 감싸는 용기와 패기를 지녀 연규와 하얀의 케미를 더욱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하게 만들어냈다. 특히 치명적이고 과감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가수 ‘비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버석하게 마른, 처연한 배우 ‘김형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과 함께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다. 정재광과 김종수이다. 정재광은 등장부터 섬뜩하면서도 서늘하게 만드는 활약을 펼친다. 치건을 따르는 그의 부하이면서도, 연규에게는 살벌한 경고를 날리는 모습에서 ‘악의 매력을 제대로 펼쳐보인다. 여기에 김종수가 또 다시 변신한다. 선한 얼굴 속 숨겨진 악은 오싹하면서도, 무게감으로도 느껴진다. 큰형님으로서 그가 주는 무게감, 서늘함은 ‘화란에서 역시 적은 분량에도 빛이 나는 활약이 된다.

‘화란은 그만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캐릭터적인 해석, 유기적인 서사와 쓸쓸하면서도 처절한 케미로 씁쓸한 여운과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의 ‘화란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피어난다. 오는 10월 11일 개봉.

[이남경 MBN스타 기자]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