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의사의 오진으로 숨진 70대…의사, 이례적 법정 구속
입력 2023-09-26 07:52  | 수정 2023-09-26 07:53
수술실 자료화면.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사진=MBN
당시 급성 항문열창으로 오진
"내시경 검사가 진행돼 지혈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


5년 전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70대 환자가 쇼크로 사망한 사고가 밝혀진 가운데 당시 오진을 한 40대 외과 의사가 이례적으로 법정에서 구속됐습니다.

어제(25일) 인천지법 형사4단독 안희길 판사에 따르면 외과 의사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환자 B씨는 사망 나흘 전 A씨의 병원을 찾아 "최근 대변을 볼 때마다 검은색 핏덩이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B씨는 과거에 앓은 뇌경색으로 아스피린 약을 먹고 있었고, A씨는 해당 약이 위나 십이지장에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B씨의 항문 주변을 손으로 만져본 뒤 급성 항문열창(치루)이라고 오진했고 나흘 뒤 수술을 집도했습니다.

이후 B씨의 출혈이 계속되는데도 A씨는 추가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수술 다음 날 빈혈로 쓰러진 B씨는 11시간 만에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조사 결과 B씨는 치루가 아닌 십이지장궤양으로 인해 당시 출혈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치루 수술 전 혈액 검사에서 B씨의 혈색소가 정상 수치보다 훨씬 낮아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주치의인 A씨가 검사나 처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2019년 그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이 없다"며 "만약 과실이 있었다고 해도 B씨 사망과 인과관계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4년 넘게 이어진 재판 끝에 A씨의 오진으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B씨가 숨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안 판사는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제때 진행해 지혈했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피고인은 십이지장 출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은 치루가 출혈의 원인이라고 속단해 수술했다"고 말하며 "피해자는 정확한 진단이 늦어져 숨진 경우로 피고인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법조계와 의료계 안팎에서는 오진으로 환자가 숨진 의료사고로 의사가 법정에서 구속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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