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40년 만에 머리카락만 고국으로…비운의 에티오피아 왕자
입력 2023-09-23 15:18  | 수정 2023-09-23 15:22
에티오피아 알레마예후 왕자의 사진. / 사진=연합뉴스


19세기 영국에서 사망한 에티오피아 왕자의 머리카락과 에티오피아 황제의 유물이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BBC에 따르면 주영 에티오피아 대사는 21일(현지시간) 저녁 기념식에서 140여 년 전 숨진 알레마예후 왕자의 머리카락과 테워드로스 2세 황제의 요새에서 약탈당한 유물을 넘겨받았습니다.

알레마예후 왕자는 부모를 잃고 영국에 끌려와 10년 넘게 불행하게 살다가 1879년 18세에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왕자의 머리카락은 당시 영국 내 후견인이었던 트리스트람 찰스 소여 스피디 대위가 갖고 있었습니다. 뉴질랜드에 사는 스피디 대위의 후손은 캐나다 방송 CBC 인터뷰에서 가족 가보 중에서 머리카락을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왕자는 1868년 영국에 도착했습니다. 어머니인 티루워르크 위베 황후는 왕자와 함께 영국으로 끌려오던 중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 테워드로스 2세 황제는 요새에서 싸우다가 포로가 될 수 없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황제는 1862년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의 옛 이름)를 더 강하게 만들고자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동맹을 맺고 싶다고 서한을 보냈지만 답이 없자 유럽인들을 인질로 잡았는데 그중에 영국 영사도 있었습니다.

이에 영국은 군대를 보냈고 인질을 구출하면서 요새에 있던 유물을 약탈하고 왕자와 황후까지 데려갔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은 고아가 된 왕자를 후원하고 후견인도 지정해줬지만, 왕자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했습니다.

왕자가 죽자 여왕은 안타까워하며 윈저성 성조지 대성당 지하 묘지에 묻어줬습니다.

에티오피아는 다른 유물 반환과 함께 왕자 유해 송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왕실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왕실 대변인은 5월 BBC에 보낸 성명에서 왕자의 유해를 옮기다가 다른 유해까지 건드릴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김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24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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