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탈리아의 골칫거리' 푸른 꽃게 수입은 가능한데…수익은 '글쎄'
입력 2023-09-21 08:40  | 수정 2023-09-21 09:00
이탈리아의 푸른 꽃게/사진=연합뉴스
식약처 기준에 따라 수입 가능한 품종
그러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 부족할 것으로 예상


'푸른 꽃게(블루크랩)'가 이탈리아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꽃게 애호국인 우리나라가 이탈리아의 푸른 꽃게를 본격적으로 수입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업체가 외국에서 꽃게를 수입하는 절차는 복잡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국내 꽃게 수입업체들이 실제로 이탈리아 당국에 수출 여부를 타진하거나 푸른 꽃게 사전 예약을 받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실제 판매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국내에 들여오는 수입 식품은 정밀·현장·서류 검사 등 3가지 종류의 검사를 받습니다. 여기서 '적합' 판정을 받아야 통관이 가능합니다.

이탈리아의 푸른 꽃게는 식약처 기준에 따라 수입 가능한 품종입니다.

따라서 이 검사를 통과하면 소비자들에게 꽃게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천에서 푸른 꽃게 수입을 추진 중인 한 업체의 이강희 대표는 "우리 업체는 이미 5~6년 전부터 그리스 등지에서 해당 품종을 수입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탈리아의 꽃게 수출 업체와 미팅을 하기 위해 현지 당국에 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비싼 인건비, 현지 냉동 시스템 구축, 운송비 등을 고려하면 푸른 꽃게 수입이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실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많아 단발성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5년 업력을 지닌 꽃게 수입업체의 나명훈 이사는 "당초 버려지던 푸른 꽃게를 수입하려면 분류 작업도 해야 하고 냉동비에 운송비도 별도로 든다"고 말하며 "가격 면에서 확실히 싸지 않은 이상 도매 업체들이 푸른 꽃게로 수입 품종을 바꾸진 않을 걸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개인 소비자들이 재미 삼아 구매하는 수요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소매가는 도매가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기 때문에 이것도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튀지니에서도 푸른 꽃게와 비슷한 종류인 '청색 꽃게'가 급격히 증가해 우리나라와 중국·일본 등지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튀니지와 이탈리아의 상황은 다릅니다.

튀니지는 국내보다 인건비가 7~8배 저렴해 현지 꽃게 가공에 드는 비용이 월등히 싸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가 있어 수입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박경수 꽃게 수입업체 꼬메스 이사는 푸른 꽃게의 경쟁력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그는 "가장 맛있는 국산 꽃게 값도 많이 내려간 상태에서 푸른 꽃게가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이탈리아는 튀니지와 달리 인건비가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꽃게를 제대로 수거해 가공까지 하려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중국산 꽃게가 엄청나게 싸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탈리아 현지에서 1kg당 700~800원에 꽃게를 사들여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며 "만약 그보다 값이 비싸다고 하면 이탈리아 꽃게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한편 최근 수년간 대서양 연안에서 지중해로 유입된 푸른 꽃게는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조개나 굴을 먹어 치워 현지 양식업자를 폐업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탈리아 당국은 조개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꽃게 폐기에 거액의 예산을 배정했고 이는 국내 푸른 꽃게 수입 추진에 대한 가능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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