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건축상까지 받았는데…유명 카페 건물 베낀 짝퉁에 '철거' 명령
입력 2023-09-20 14:54  | 수정 2023-09-20 15:11
울산 A카페(좌), 부산의 '웨이브온' 카페(우) / 사진 = 곽 건축가 제공
부산 카페 '웨이브온' 모방한
울산 카페에 '전면 철거' 명령
건축물 저작권 판결 첫 철거 결정

부산의 유명 카페 건물을 모방해 지은 울산의 한 카페 건물에 대한 철거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세계건축상까지 받은 카페 건물의 입지, 내부, 외관, 형태를 쏙 빼닮은 건물을 그대로 지은 건데, 국내 건축물 저작권 소송에서 건축물 철거 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곽희수 건축가는 지난 2016년 12월 부산광역시 기장군에 '웨이브온'이라는 카페 건물을 완공했습니다.

해당 건물은 2017년 세계건축상,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 등을 받으며 가치를 인정받았고, 지역 랜드마크로 우뚝 섰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울산광역시에 웨이브온과 닮은 건물이 하나 들어섰습니다.

2019년 7월 울산 북구에 세워진 A카페입니다.

A카페는 부산의 웨이브온처럼 바다 옆 위치한다는 점은 물론 내·외관, 형태와 규모까지 닮은 꼴이었습니다.

특히 두 곳은 불과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기도 합니다.

이에 곽 건축가와 웨이브온 측은 울산의 A카페와 해당 건물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건축물 철거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곽 건축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A카페가 웨이브온의 건축 디자인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구체적으로 내부 계단을 따라 형성된 콘크리트 경사벽, 경사벽과 돌출공간을 떠받치는 형태의 유리벽, 기울어딘 'ㄷ'자형 발코니벽, 상부 건물 전면 중앙통창 등에서 유사성을 보인다는 판단입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는 "피고는 원고의 건물을 무단으로 복제한 '웨이브온' 건물을 공중에 전시함으로써 원고의 전시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피고 건물을 공중에 전시하지 않아야 하고, 해당 건물을 철거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철거 명령과 함께 A카페를 설계한 건축사사무소 측이 곽 건축가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A카페 측은 "웨이브온 건물의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분리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 폐기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전면 철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곽 건축가는 "음악이나 영상물 등 다른 창작물은 저작권법상 무단 복제 시 폐기가 원칙인데 건축물은 그렇지 못했다"며 "건축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인정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판결로 건축계 전체적으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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