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트럭 전복사고 목격하고 운전자 구조한 ‘후드티 청년’…알고보니 소방관
입력 2023-09-20 08:45  | 수정 2023-09-20 09:00
횡성소방 이인표(32) 소방사 / 사진=연합뉴스
가족 여행 중 사고 목격…누나들과 합심해 소방 도착 전 응급처치

휴가 중인 소방관이 트럭 전복사고를 목격하고 운전자를 구조한 뒤 2차 사고를 예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제(18일)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9시 40분쯤 횡성119안전센터 소속 이인표(32) 소방사는 강화도로 가족 여행을 떠나던 중 제2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방향 터널에서 트럭 전복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당시 도로는 비가 온 탓에 미끄러워 차들이 서행하고 있었습니다.

차에서 내려도 크게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이 소방사는 트럭 뒤에 차량을 대고 바깥으로 나와 운전자에게 향했습니다.


운전자는 다행히 의식은 있었지만, 트럭 안에 있던 짐과 자재 파편 등 때문에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리 조각에 팔꿈치가 패이고 무릎에도 타박상을 입어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전복된 트럭에서 운전자 구조하는 이인표 소방사 / 사진=연합뉴스

이 소방사는 큰누나에게는 뒤따라오는 차들이 서행하도록 안내할 것을 부탁하고, 작은누나에게는 119 신고를 요청한 뒤 차량 트렁크에서 구조용 장갑을 꺼내왔습니다.

"때마침 차량에 구조용 장갑을 보관해둔 게 생각이 나서 그걸로 전복된 트럭 앞 유리창을 뜯었어요. 깨진 유리창 사이로 힘을 주면 창을 충분히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골절이 있거나 경추 손상 등이 확인되면 전문적인 구조를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어서 운전자를 바깥으로 끌어내서 터널 한쪽 안전지대로 이동시켰죠."

운전자를 밖으로 끌어내는 것만큼이나 신고도 쉽지 않았습니다.

사고 지점이 터널 안이었던 탓에 위치정보 시스템(GPS) 좌표가 잡히지 않아 119 상황실로부터 "위치 추적이 안 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강원 원주에 살고 있는 이 소방사 역시 초행길을 운전하고 있었기에 제대로 된 위치를 알 수도 없었습니다.

시외버스 운전기사에게 사고 지점 위치를 묻는 이인표 소방사와 누나들 / 사진=연합뉴스

그때 시외버스 한 대가 터널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이 소방사는 지나가던 시외버스를 세워 기사에게 정확한 사고 위치를 물었고, 작은누나는 119 상황실에 위치정보를 알려 소방대의 원활한 출동을 도왔습니다.

이후 누나들은 차에 있던 비상약품으로 운전자의 상처를 소독하며 안심시켰습니다.

이후 경기소방이 현장에 도착하면서 운전자는 무사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소방사는 "고속도로에서 난 사고라서 2차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