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북한 러시아 대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자 치수를 알아내느라 고생했던 일화를 공개했습니다.
현지 시간 18일 러시아 매체 '프리마메디아'와 국영 '채널1'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머리 사이즈를 알아내라는 당국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마체고라 대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당시 난감했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에게 '국가 지도자의 머리 크기가 어떻게 되는지 말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불가능하다는 게 마체고라 대사의 판단이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가 택한 방법은 자신과 김 위원장이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통해 김 위원장의 머리 사이즈를 추측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저는 머리가 매우 크다"며 "이 사진을 본 대사관 직원이 '김 위원장 머리가 좀 더 작은 것 같다'고 했다"면서 "그 추측은 옳았다"고 회상했습니다.
대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렇게 받은 모자 선물을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후문입니다.
북한 주요 매체는 김 위원장이 선물 받은 방한 모자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을 일제히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 사진 = 조선중앙TV 화면
러시아는 모자 이외에도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산 최고급 소총과 우주복 장갑, 러시아 군함 모형, 방탄복 열화상카메라에 거의 탐지 되지 않는 특수복 세트, 미술가가 그린 평양 전경 그림 등을 선물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자폭 드론 5대와 수직이륙 기능을 갖춘 정찰용 드론 1대도 선물 받았는데, 실제 우크라이나 전에서 인명 살상용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대북 드론 지원의 경우 북한과의 모든 무기 거래, 북한에 대한 모든 산업용 기계류 및 운송수단 등 금수품의 직·간접 제공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연해주 기차역에서 북한으로 향하는 전용 열차에 탑승하기 전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한편, 지난 10일 평양을 떠나 12일 러시아에 입국해 13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김 위원장은 17일 5박 6일 동안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