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유전 영향 크고 비만과 흡연도 흰머리 가속
20대에 흰머리가 전체의 1/3 이상이면 진료
빈혈, 골감소증, 당뇨병, 신장병, 심장병과도 연관
20대에 흰머리가 전체의 1/3 이상이면 진료
빈혈, 골감소증, 당뇨병, 신장병, 심장병과도 연관
여름 내 눌러쓰고 다니던 모자를 벗고 보니 흰머리가 급격히 늘어 있다. 흰머리가 난 지는 오래 됐지만 두세 달 사이 이렇게 늘어나기는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문득 지난 여름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었나 되짚어 본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부른다는 건 사실일까?
흰머리는 스트레스와 관련 있다
37살의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 오르기 전 극심한 스트레스로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됐다고 전해진다. 많은 이가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샌다고 믿는데, 정말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부를까?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스트레스가 멜라닌 세포의 줄기세포 감소를 유발해 흰머리를 늘린다고 주장한다. 다른 연구진은 장기간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머리 색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미국의 한 의사는 흰머리를 가진 환자를 조사해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에게서 흰머리가 빨리 나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10년 정도 앞당겨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부르는 과정은 이렇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 분비량이 늘고 이 아드레날린이 모근과 연결된 혈관을 수축시켜, 머리카락으로 영양이 공급되는 것을 방해하고 멜라닌 색소 생성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영향이 적지 않지만 흰머리가 생기는 원인에는 노화와 유전의 지분이 더 크다. 나이가 들면 모발 피질의 멜라닌 색소 생산량이 줄어들어 머리가 희게 탈색되는 것이다. 보통 남성은 30∼34세, 여성은 35∼39세부터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
젊은데 흰머리 많다면 건강 이상 살펴야
흰머리로 고민하는 20대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전문가는 20대에 흰머리가 전체의 1/3 이상이면 진료를 권한다. 흰머리가 몸의 이상 신호일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 같은 호르몬 이상이 있다면 흰머리가 날 수 있다. 악성 빈혈, 골감소증, 당뇨병, 신장병 등의 질환도 흰머리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질환의 증상이 멜라닌을 생성하는 세포 기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특히 흰머리와 심장병 위험의 연관성은 꽤 주목받아 왔다. 인도의 심장전문병원 연구진이 40세 이하 남성들을 비교한 결과, 흰머리나 탈모가 있는 남성은 건강한 남성보다 심장병 위험이 다섯 배나 높았다. 연구진은 흰머리가 노화 가속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비만과 흡연도 흰머리와 관련 있다. 흰머리가 생긴 청년들을 비교했을 때 뚱뚱한 쪽이 확실히 흰머리가 많았는데, 전문가들은 비만인의 대사 변화가 멜라닌 색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한다. 흡연은 노화를 촉진해 흰머리를 부르고, 과도한 다이어트로 비타민B12와 엽산 섭취가 부족하면 멜라닌 색소 형성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기억하자.
흰머리, 예방은 가능할까
정리하자면 노화로 생기는 흰머리는 달리 방도가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흰머리는 생활 습관을 바로잡고 평소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완화하거나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체중 조절과 금연,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과 더불어 영양을 고르게 섭취하면 흰머리 예방에 도움이 된다. ‘흔히 검은콩·검은깨·검은쌀 등을 찾아 먹는데, 그보다는 철분과 아연 등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녹색 야채나 김, 미역 등의 해조류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잦은 염색은 두피에 화학적 자극을 가해 두피 혈관을 막고 모낭 괴사를 초래해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므로 피한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인지하면 심호흡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경험한 취미 활동을 평소에 꾸준히 해 주면 좋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7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