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방사능 맞아라 낄낄"…'태움' 폭로한 간호사 무죄
입력 2023-09-16 09:28  | 수정 2023-09-16 09:33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기소
재판부 "비방 목적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무죄 선고
"태움 악·폐습 문화 개선 필요 있다" 지적도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이른바 '태움'을 한 선배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가 됐다며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온라인 상에 올린 간호사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7단독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2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와 선배 간호사 B교수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3년 7월까지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충청권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함께 근무했습니다.

이후 B교수는 다른 지역의 한 전문대학 간호학과 교수로 임용 됐는데, A씨는 지난 2021년 3월 간호사 온라인 커뮤니티인 '너스케입'에 '9년 전 저를 태운 7년 차 간호사가 간호학과 교수님이 되셨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글에는 "chest portable(이동식 엑스레이 촬영 기기) 오면 그 앞에서 보호장비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아라 낄낄거리고 주문을 외시던 분"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검찰은 "간호사는 엑스레이 촬영 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므로 B교수가 A씨에게 보호장비를 벗고 서 있게 시키면서 방사능 많이 맞으라고 주문을 외운 사실이 없다"며 A씨가 올린 글 내용이 거짓이라고 보고 A씨를 허위 사실 기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는 당시 상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했고 동일한 피해를 입었거나 전해 들었다는 취지의 댓글, 댓글 작성자의 제보 등에 비춰 B교수로부터 폭언, 폭행 등을 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허위 사실을 게시해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B교수는 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서 사인(私人)이라 볼 수 없고, 과거 A씨를 비롯한 간호사들에게 폭언·폭행 등 가혹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교수에게 후학을 양성할 자격이 있는지와 관련 있는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료계에서 은밀하고 지속적으로 행해져 오는 ‘태움과 같은 악·폐습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점, 글을 게시한 주요한 동기와 목적은 간호사 집단, 구성원의 관심과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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