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도 '반도체 굴기'와 '기술 자립' 과시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런정페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가 캐나다 가택 연금에서 풀려난 날을 기념해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멍완저우는 2년 전 9월 25일에 귀환했습니다.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방중 기간에 '메이트 60프로' 스마트폰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이번 달 5일부터 '메이트 60프로 플러스'와 '메이트 X5' 사전 주문을 받았습니다.
이어 3주도 지나지 않은 9월 25일에 다시 신규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오늘(15일)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출시되는 새 스마트폰도 '메이트 60 시리즈'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화웨이는 9월 25일 출시 행사에서 5세대 이동통신(5G)의 통신 속도를 어떻게 지원할지 등을 포함해 질의응답(Q&A)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업계에선 미국 등의 제재로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등 첨단 반도체와 생산장비를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웠을 상황에, 어떻게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의 7나노 공정 프로세서가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의 2세대 7나노 공정 칩 '기린 9000s'로 확인돼,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자립을 이뤘는지가 최대의 관심사입니다.
더욱이 새 스마트폰 추가 출시 시점이 멍완저우의 귀국일로 잡은 점도 의미가 있다고 확인됩니다.
화웨이는 9월 25일 새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멍완저우는 이란 제재법 위반 등 혐의로 2018년 12월 캐나다에서 미국의 요청을 받은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었습니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미국 검찰이 기소했습니다. 이후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미국으로 신병 인도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미 법무부가 멍완저우의 기소 연기를 결정해 가택 연금이 풀렸고, 2021년 9월 25일 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때 미국의 결정은 미국과 중국 관계의 추가 악화를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당시 이를 두고 중국 정부는 '중국 인민의 승리'라며 캐나다에 멍완저우 귀국용 전세기를 보냈습니다.
같은 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멍완저우 사건을 '한 중국 국민에 대한 정치 박해 사건이자, 중국의 첨단기술 기업을 탄압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당시 화웨이는 물론 중국 정부까지 멍완저우를 '영웅시'한 것은 미·중 반도체 전쟁과 연관이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019년 5월부터 화웨이를 겨냥해 5G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화웨이가 중국 인민 해방군과 연계돼 미국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후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봉쇄'가 본격화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멍완저우의 귀국일에 맞춘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출시 행사는 미국의 각종 제재에도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의 자립을 이뤄가고 있다는 걸 과시하겠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반도체 굴기'를 강조하겠다는 것입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