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얼굴·목·입술에 수포…국내 첫 감염 '검투사 포진' 뭐길래
입력 2023-09-15 08:40  | 수정 2023-09-15 17:29
함께 훈련한 15살 레슬링 선수 2명 감염
격투 스포츠 인기에 발병률 증가 가능성
국내에서 처음으로 '검투사 포진' 감염 사례가 나왔습니다.

'검투사 포진(Herpes gladiatorum)'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1형에 의해 유발되는 피부 질환으로, 주로 피부 접촉이나 구강 분비물에 의해 전파됩니다.

레슬링, 주짓수 등 주로 격투기 스포츠 선수들이 시합을 할 때 밀접 접촉하면서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 병명에 '검투사'라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검투사 포진이 발병하면 얼굴, 귀, 손 등에 피부 병변이 일어납니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감염자 2명은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15세 레슬링 선수들입니다.

이들 중 1명은 오른쪽 얼굴과 귓바퀴 부위에 집중적으로 수포가 올라왔습니다.

또 다른 1명은 오른쪽 팔부터 물집이 시작돼 얼굴, 목, 입술로 번져나갔습니다.

치료 초기에는 대상포진으로 오인했던 의료진은 추가 정밀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두 레슬링 선수 모두 '검투사 포진'으로 확진됐습니다.

두 선수는 발병 전 몇 달 동안 레슬링 훈련을 함께 받았으며, 매일 최소 3분 이상 경기를 치르며 피부 접촉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같은 팀의 다른 선수들에게서도 유사한 피부 병변이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의료진은 "레슬링 선수들이 시합 중 머리와 목이 서로 고정된 그래플링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피부가 맞닿는 한쪽 측면에 국한돼 피부병변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투사 포진은 자연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심한 경우 바이러스가 눈이나 뇌를 침범해 뇌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럴 땐 항바이러스제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한편, 검투사 포진 발병 사례는 외국 스포츠 클럽 등에서 소규모로 보고된 적은 있었지만 국내에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의료진은 "주짓수나 종합격투기 등 가까이서 겨루는 격투스포츠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검투사 포진의 발병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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