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말 안듣는 초등생 청소시킨 담임 교체 요구한 학부모…대법 "교권침해 맞다"
입력 2023-09-14 11:08  | 수정 2023-09-14 13:14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수업 시간에 떠들다가 교사가 주의를 줘도 듣지 않자 청소를 시킨 교사를 상대로 담임 교체를 요구한 학부모의 행위가 교권침해가 맞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14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초등학생 어머니 A씨가 교장을 상대로 낸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청구에 대해 A씨측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돌려보냈습니다.

말 안들어서 청소 시켰더니 '담임 교체' 요구

앞서 지난 2021년 4월 A씨의 자녀였던 초등학교 2학년생이 수업시간에 페트병을 가지고 놀면서 소리를 내자 담임교사 B씨는 주의를 줬습니다.

그럼에도 학생이 말을 듣지 않고 행동을 반복하자 B씨는 페트병을 뺏은 뒤 학생 이름을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고, 방과 후 당일 레드카드를 받은 해당 학생에게 빗자루로 교실 바닥을 14분간 쓸게 했습니다.


이를 두고 A씨와 남편은 학교로 찾아와 교감을 면담한 뒤 '학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담임 교체를 요구했고, 교실로 찾아가 B씨에게도 항의했습니다.

이후 A씨는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았고, 교사 B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상실 증세를 보여 병원에 입원했고 병가를 냈습니다.

며칠 뒤 A씨 부부는 재차 교감을 찾아가 쓰레기 줍기를 시킨 건 체벌이라고 주장하며 담임 교체를 요구했고 교감은 B씨 병가 사실을 알리면서 아이에 대한 심리상담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병가가 끝난 5월에 B씨가 첫 출근한 날, A씨 부부는 다시 학교로 찾아와 담임 교체를 재차 요구하며 아이를 조퇴시켰고, 이후 A씨는 B씨에게 직접 전화해 담임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교육청에 민원도 접수했습니다.

A씨는 다시 학교를 찾아가 교장과 교감, B씨를 면담한 뒤 'B씨를 믿을 수 없으니 교장이 B씨 수업을 모니터하라'고 요구했고, 교장은 이를 받아들이는 한편 B씨는 "일부 잘못된 건 수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B씨는 불안 및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다시 병가를 냈고 A씨는 교장에게 또 담임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교권보호위, 만장일치로 "교육활동 침해 맞다"

결국 7월경 B씨는 부당한 담임 교체 요구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교육권 상실이 우려된다며 교장에게 교육활동 침해 사안 신고서를 냈습니다.

같은 달 열린 교권보호위원회는 위원 전원일치로 '교육활동 침해가 맞다'고 의결하고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라는 통지서를 A씨에게 보냈습니다.

이에 맞서 A씨는 B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상벌점제가 아동학대가 맞지만 제반 사정을 참작한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A씨는 같은해 교장을 상대로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엇갈린 1·2심…대법은 "교권침해 맞다"

1심 법원은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한 교권침해가 맞다"며 A씨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아이의 결석 사유를 수긍할 수 있고, 담임 교체 요구에 대한 다른 학부모들의 공감도 있었으며 레드카드 벌점제와 청소노동은 공개적으로 창피를 줘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A씨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씨는 상당한 기간동안 반복해 담임 교체만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B씨의 개선 노력 제안을 거부하며 부적절한 말과 행동을 했다"며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대법원은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존중되어야 하고 학생이나 보호자 등이 이를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며 "학부모의 의견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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