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가 흔들리는데 가위눌린 것처럼 꼼짝을 못 하겠더라고요. 이대로 죽는다고 생각했어요."
연합뉴스에 따르면, 120년 만의 강진이 덮쳐 2천 명 넘게 사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빠져나와 오늘(11) 귀국한 경상북도 환경정책과 김정훈 주무관(45·지질학 박사)은 지진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제10회 세계지질공원 총회 참석차 지난 6일 모로코에 간 그는 지진이 발생한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쯤 진앙지에서 75㎞가량 떨어진 마라케시 7층짜리 호텔 3층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김 주무관은 "숙소에서 자려고 누워서 잠이 들려고 하는데 침대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지진임을 직감했으나 위험할 거 같아 책상 밑에 들어갈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일단 이불을 댕겨서 머리를 보호하는데 밖에서는 이미 대피하거나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렸고 차량 경적도 울리고 있었다"며 "20초간 심한 진동 뒤 창문을 열려고 했는데 혹시나 밖이 모두 무너져 폐허가 되지 않았을까 두려웠을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진으로 균열이 생긴 모로코 마라케시 호텔 기둥/사진=연합뉴스
김 주무관이 건넨 호텔 사진을 보면 로비 벽면 외장재가 바닥에 쏟아져 있었고, 외부 기둥 곳곳에도 심한 균열이 생겼습니다.
지진 당시 총회 참석을 위해 모로코에 머물고 있었던 한국인은 80여 명입니다. 참석자 중 김 주무관과 같은 호텔 머문 인원은 3명이고, 다른 70여 명은 주변 여러 호텔에 나눠 투숙 중이었습니다.
그는 "제가 머문 호텔은 규모는 작지만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고 지하 2층까지 있어서 내진 설계가 있어서 그나마 충격이 덜했던 것 같다"며 "제주도 관계자들이 머문 호텔은 지어진 지 오래된 곳이라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총회에 참석한 한국인 일행 중에는 지질학 전문가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 전문기관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 큰 지진이 발생하지는 않을 거라고 판단했고, 호텔에 머물다가 일정에 맞춰 차례대로 귀국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10여 명은 현지에서 헌혈에 동참하는 등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김 주무관은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벽돌 건물이나 진흙으로 집을 지은 곳이 많은 마라케시 구도심이나 다른 지역의 경우 피해가 컸다고 들었다"며 "더는 피해 없이 모로코가 빨리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모로코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어제 오후 기준 총 2천122명이 숨지고 2천42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부상자 중에선 중상자가 1400여 명에 달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