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기록 안 남는 병원 외 장소서 낳았을 가능성 높아"
전주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옆에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됐던 네 살 아들이 출생신고가 누락된 '미등록 아동'으로 확인됐습니다.
어제(10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9시 55분쯤 전주시 완산구 한 빌라 3층에서 숨진 채 쓰러져 있는 41세 A씨가 경찰과 119 구급대원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세입자가 며칠째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현관문이 잠겨 있어 사다리를 이용해 진입한 집 내부는 생활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곳곳에 쌓여 있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시신은 부패가 진행돼 정확한 사망 시기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A씨 곁에는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4세 B군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B군은 상당 기간 음식물을 먹지 못해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지만, 병원 치료를 통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침입 흔적이나 외상 등이 없으나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9일 네 살배기 아들을 남겨두고 숨진 40대 여성이 살았던 전북 전주시 한 빌라 입구. 우편함에 공과금 고지서가 보인다. / 사진 = 연합뉴스
아이와 반려견을 키우며 생활해 온 A씨는 최근 수개월 동안 월세가 밀리는 등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A씨는 공과금 등을 체납해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 포착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중순, 보건복지부는 A씨 등의 이름이 포함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 명단'을 전주시에 넘겼습니다.
전주시는 지난달 두 차례 전화 등으로 A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B군은 A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으며, 경찰은 A씨가 출생 신고를 안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B군은 지난 6~7월 정부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을 찾기 위해 진행한 전수조사에서도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받은 미등록 아동 13명 명단에 B군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출산 기록이 남지 않는 병원 외 다른 곳에서 아이를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