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베트남 엄마 장사 나간 사이에' 화재로 일가족 참변..."경량 칸막이 없었다"
입력 2023-09-10 15:09  | 수정 2023-09-10 15:29
사진=연합뉴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를 피해 일가족 3명이 발코니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어제 오후 4시 18분쯤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의 7층에서 불이 나 베란다로 대피한 A(40대)씨와 아들(3세), A씨 장모(베트남·50대)가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A씨와 A씨 장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A씨 아들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부산진구 A 아파트엔 피난시설인 '경량 칸막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A 아파트는 고층 건물 화재 시 발코니를 피난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주택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노후 아파트였습니다. A 아파트의 건축 협의는 주택법 관련 규정이 신설된 시기보다 훨씬 이른 1980년대이기 때문에 A 아파트는 경량 칸막이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던 겁니다.


경량 칸막이는 얇은 두께의 석고보드나 합판으로 제작된 벽으로, 비상 상황이 발생해 대피할 경우 발로 차는 등의 충격만으로도 파괴할 수 있어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게 한 피난시설입니다.

어제 발생한 사고의 경우 경량 칸막이가 없었기 때문에 7층 아파트 발코니에서 A씨 등 일가족 3명은 사실상 대피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습니다.

A 아파트엔 자동화재탐지설비는 설치돼 있었으나 정상 작동 여부는 현재 소방과 경찰이 조사 중입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 금방 유독가스가 가득 차기 때문에 무조건 대피가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14년 부산소방본부의 부산지역 3천445개 아파트 단지의 피난시설 전수 결과를 보면 23.8%인 819단지(4천935동)만이 경량 칸막이, 별도 대피 공간, 하향식 피난구 시설 등의 피난시설을 갖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조사 이후 9년이 지난 현재도 상당수의 노후 아파트는 화재 발생에 대비한 별다른 피난시설이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이번 사고는 베트남에서 온 엄마가 시장에 과일 장사를 하러 간 사이 새벽에 일을 마친 A씨가 아들, 장모와 함께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해를 입은 가족은 평소 과일 가게 장사를 하며 팔고 남은 과일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선행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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