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시성 '32 장성' 흙벽 훼손…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유적
중국에서 명나라 때 축조한 만리장성의 일부 구간을 굴착기로 뚫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오늘(5일) 북경일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산시(山西)성 쉬저우 유위현의 만리장성에 속하는 '32 장성'의 토성 일부 구간이 훼손됐습니다.
현지 공안당국은 지난달 2일 만리장성을 훼손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당시 정모(38) 씨와 왕모(55) 씨 등 인부 두 명이 대형 굴착기로 장성을 허물고 있었습니다. 두 명을 체포한 뒤 훼손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멀리 돌아가는 것이 번거로워 장성을 허물어 길을 냈다고 진술했습니다. 허문 장성의 폭은 차량 두 대가 교차 운행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주변에 32개의 마을이 있어 명명된 '32 장성'은 명나라가 북방 세력의 침입을 막기 위해 유위현 화린산 일대의 흙으로 축조한 만리장성의 일부입니다. 32 장성은 토성과 봉화대가 원형을 유지하고 산시성 내 만리장성 가운데 보존 가치가 가장 크다는 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돼 있습니다.
중국은 2009년 4월 명나라가 축조한 만리장성이 서쪽 끝단인 간쑤성 자위관(嘉峪關)에서 베이징 쥐융관(居庸關)을 거쳐 동쪽 끝단인 랴오닝성 후(虎)산성까지 8천851.8km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간 학계 정설에 따르면 만리장성의 동단(東端)이 산해관(山海關)까지였지만 후산성까지 확장한 것으로 밝히며 종전보다 2,500여 km 늘어났습니다.
만리장성 동쪽 끝으로 둔갑한 고구려 박작성(중국명 후산성). / 사진 = 연합뉴스
후산성은 고구려의 대표적 산성인 박작성으로, 당(唐) 태종의 침략에도 함락하지 않았던 성입니다.
중국도 과거에 후산성의 성벽 등이 고구려 유적임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2004년 후산성을 증축하면서 고구려에 대한 언급을 삭제하고 후산성이 만리장성의 동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에 나선 데 이어 만리장성 동단을 후산성까지 확장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국내 학계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강혜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