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그곳에선 편안하시길"...'숨진 교사 49재' 서이초에 추모발길

교사 숨진 양천구 초등학교에도 근조화환 수백개…학교는 임시휴업
연차 낸 교사·체험학습 신청한 학생, 국화 들고 발걸음

오늘(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숨진 여교사의 49재를 맞은 학교는 임시휴업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학교 안 추모 공간엔 하얀 국화와 함께 애도의 마음이 적힌 쪽지가 붙어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 오전 9시부터 추모 공간을 열었지만 시민과 교사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오전 8시 20분쯤 이미 고인을 기억하는 쪽지 100여장이 붙었습니다.

한 교사가 붙인 쪽지에는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남은 우리가 잘 만들어가겠다"고 적혔습니다.

강원도에서 온 10년차 초등교사 손모(32)씨는 "교사들이 매주 집회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전혀 들을 생각이 없고 오히려 징계 운운하면서 억압하려 하고 있다"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손씨는 근무하던 학교의 임시휴업으로 서이초에 올 수 있었다면서 오후에는 국회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이초 교사 49재' 헌화하는 아이/사진=연합뉴스

용인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3학년 담임 박지은(56)씨는 "학생들과 학부모에 양해를 구하고 연차를 써 이곳에 방문했다. 학급 인원 21명 중 18명의 학부모가 '잘 다녀오라'며 동의와 지지를 보여줬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반을 꼬마 회장님과 동료 교사에 부탁하고 왔다"며 "최소한 학교에서는 일그러진 소수 때문에 다수의 학생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9시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휴업으로 텅 빈 학교에 마치 조종처럼 울렸고, 아이와 함께 추모의 마음을 전하러 온 학부모들이 하얀 국화를 들고 속속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직장인 이호상(39)씨는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3학년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씨는 "아이들 학교에는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여기에 왔다"며 "우리 아이들도 쪽지에 '그곳에선 행복하세요'라고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장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4학년·6학년 자녀와 함께 온 한진아(40)씨도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권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바란다"고 했습니다.

학교 앞엔 '가시는 발걸음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이제라도 바꾸기 위해 노력할게요'라는 글귀가 담긴 근조 화환 60여개가 세워졌습니다.

최근 또 한명의 교사를 잃은 양천구 초등학교 정문 앞에도 300여m 남짓한 길에 350여개의 근조 화환이 늘어섰습니다. 이 학교 소속이었던 14년 차 교사가 지난달 31일 오후 7시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 학교 역시 이날 임시휴업해 학생은 등교하지 않았습니다.

충북교육청 간부들 추모 묵념/사진=충북도교육청 제공

윤 교육감과 도교육청 간부들은 오전 도교육청 현관에 마련한 추모공간에서 묵념하며 서이초 교사를 추모했습니다.

또 충북교총은 오후 5시 30분 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시청각실에서 '교육공동체 회복의 날' 행사를 할 계획입니다. 교육공동체 회복의 날은 윤 교육감이 공교육 멈춤의 날을 대신해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이 행사는 학교학부모연합회, 학교운영위원회위원장협의회, 초등교장협의회, 중등교장협의회, 초등교감협의회, 중등교감협의회, 충북교육삼락회가 공동으로 개최합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