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하철 출입구에 가리개인 캐노피를 만들고, 외국인이 찾는 관광지에 가로등을 세우고, 최근 서울의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사업들입니다.
그런데 MBN 취재진이 이들 사업들의 예산 정보공개를 청구해봤더니, 대규모 인파 사고를 예방하려고 세워둔 특별 예산이었습니다.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으라고 일괄 지급해준 돈이 이렇게 엉뚱한 데 쓰이고 있었습니다.
한범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강서구 발산역입니다.
출입구 위에 유리 가리개인 캐노피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들어간 공사비는 4억 원,
사업비 출처를 보니, 제2의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려고 세워둔 특별예산이 활용됐습니다.
압사 사고를 막으라고 책정된 예산이 엉뚱하게 지하철 입구의 비바람을 가려주는 구조물 설치에 투입된 겁니다.
▶ 인터뷰 : 서울 강서구 관계자
- "발산역 주변에 마곡지구가 들어오면서 유동 인구가 훨씬 더 많아졌거든요. 계단이 미끄럽고 위험하거든요."
이번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입니다.
한지 전등을 본뜬 낡은 가로등이 곳곳에 놓여 있는데, 최근 구청이 교체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 역시 대규모 인파 사고를 방지할 목적으로 편성한 예산이 이용됐습니다.
▶ 인터뷰 : 인근 상인
- "가로등 때문에 (인파 사고에) 문제가 되는 정도는 아닌데요, 제가 볼 때는…. 위치가 안 좋은 거지…."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4억 원씩 특별조정교부금을 내려줬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마다 안전장치를 마련하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예산 상당 부분이 원래 의도와는 다른 사업에 흘러갔습니다.
문화·예술 거리로서 정체성을 살리겠다며 도로에 붉은색 페인트칠을 했고,
▶ 인터뷰 : 박세빈 / 대학생
- "빨간색으로 왜 칠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게 있다고 해서 사고가 예방되진 않을 거 같아요."
자전거 도로와 인도 위치를 맞바꾸거나, 인적이 드문 골목 편의시설을 보강하는데 돈이 사용됐습니다.
▶ 스탠딩 : 한범수 / 기자
- "골목을 따라 보행자 계단이 있습니다. 지금 보수공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도 서울시가 내려준 특별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예산을 떼어준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에 놀란 서울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똑같은 액수를 일괄 배분했습니다.
일부 자치구는 원래 취지대로 인구 밀집도를 실시간 분석해주는 지능형 CCTV를 도입했지만, 사용처를 찾지 못한 지자체는 그저 지역사업을 하는데 보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서울시 판단에) 아직까진 특별히 목적에 벗어나거나 부분이 있진 않은데,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하면 내부적으로 논의를 좀 해서 조치사항을 마련해야 할…."
안타까운 참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반성의 목소리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해 보입니다.
MBN 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eomsoo@mbn.co.kr]
지하철 출입구에 가리개인 캐노피를 만들고, 외국인이 찾는 관광지에 가로등을 세우고, 최근 서울의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사업들입니다.
그런데 MBN 취재진이 이들 사업들의 예산 정보공개를 청구해봤더니, 대규모 인파 사고를 예방하려고 세워둔 특별 예산이었습니다.
제2의 이태원 참사를 막으라고 일괄 지급해준 돈이 이렇게 엉뚱한 데 쓰이고 있었습니다.
한범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서울 강서구 발산역입니다.
출입구 위에 유리 가리개인 캐노피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들어간 공사비는 4억 원,
사업비 출처를 보니, 제2의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려고 세워둔 특별예산이 활용됐습니다.
압사 사고를 막으라고 책정된 예산이 엉뚱하게 지하철 입구의 비바람을 가려주는 구조물 설치에 투입된 겁니다.
▶ 인터뷰 : 서울 강서구 관계자
- "발산역 주변에 마곡지구가 들어오면서 유동 인구가 훨씬 더 많아졌거든요. 계단이 미끄럽고 위험하거든요."
이번에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입니다.
한지 전등을 본뜬 낡은 가로등이 곳곳에 놓여 있는데, 최근 구청이 교체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 역시 대규모 인파 사고를 방지할 목적으로 편성한 예산이 이용됐습니다.
▶ 인터뷰 : 인근 상인
- "가로등 때문에 (인파 사고에) 문제가 되는 정도는 아닌데요, 제가 볼 때는…. 위치가 안 좋은 거지…."
이태원 참사 이후,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에 4억 원씩 특별조정교부금을 내려줬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마다 안전장치를 마련하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예산 상당 부분이 원래 의도와는 다른 사업에 흘러갔습니다.
문화·예술 거리로서 정체성을 살리겠다며 도로에 붉은색 페인트칠을 했고,
▶ 인터뷰 : 박세빈 / 대학생
- "빨간색으로 왜 칠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게 있다고 해서 사고가 예방되진 않을 거 같아요."
자전거 도로와 인도 위치를 맞바꾸거나, 인적이 드문 골목 편의시설을 보강하는데 돈이 사용됐습니다.
▶ 스탠딩 : 한범수 / 기자
- "골목을 따라 보행자 계단이 있습니다. 지금 보수공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도 서울시가 내려준 특별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예산을 떼어준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에 놀란 서울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똑같은 액수를 일괄 배분했습니다.
일부 자치구는 원래 취지대로 인구 밀집도를 실시간 분석해주는 지능형 CCTV를 도입했지만, 사용처를 찾지 못한 지자체는 그저 지역사업을 하는데 보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서울시 판단에) 아직까진 특별히 목적에 벗어나거나 부분이 있진 않은데,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하면 내부적으로 논의를 좀 해서 조치사항을 마련해야 할…."
안타까운 참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반성의 목소리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실천이 중요해 보입니다.
MBN 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eomso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