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형제 존속 강조하면서도 "집행하라는 건 아냐"
유영철·강호순·최정수 등 국내 사형수 59명
'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형제 대체 될까
유영철·강호순·최정수 등 국내 사형수 59명
'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형제 대체 될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근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형 제도가 존속하고 있는 만큼 시설 유지를 제대로 하라는 취지입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형 집행이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가성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법무부 측은 시설 점검이 곧 사형을 집행하기 위한 일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한동훈 장관이 점검을 지시한 국내 사형시설은 전국 교정기관 가운데 총 4곳에 있습니다.
서울구치소와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 4곳으로, 사형 방식은 교수형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 명령을 내리면 교정기관은 5일 이내에 교수형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게 됩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형 집행 시설은 사실상 방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사형수 59명은 누구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 사진 = 연합뉴스, MBN 자료화면
현재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채 수감돼 있는 국내 사형수는 총 59명입니다.
이들 중에는 연쇄 살인, 존속 살인 등으로 국민에게 충격과 공포를 준 범죄자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사형수는 방화 살인을 저지른 원언식입니다.
원언식은 1992년 10월 강원도 원주에 있는 여호와의 증인 교회에 불을 질러 15명을 숨지게 하고 25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다음 해인 1993년 11월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습니다.
'막가파' 두목 최정수는 1996년 서울 강남에서 외제차를 몰고 가던 40대 여성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은 뒤 생매장한 혐의로 사형을 확정받았지만 이후 26년간 집행되지 않은 상태로 수감돼 있습니다.
여성과 노인 등 무려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18년 넘게 대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유영철, 아내와 장모를 죽이고 여성 8명을 살해한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도 사형을 확정 받아 교정시설에 수감 중입니다.
최근 사형이 확정된 사형수는 지난 2016년 GOP초소에서 총기를 난사해 장병 5명을 숨지게 한 임모 병장입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사형제 대체 될까
법무부. / 사진 = MBN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등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법무부는 사형제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형법에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현재 입법예고(8월 14일~9월 25일) 단계로, 향후 국무회의, 국회 심의·의결 등 최종 공포까지 거쳐야 할 과정이 남아있습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가장 큰 특징은 수감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는 현행 무기징역형과 달리, 재심이나 사면 같은 특수한 사정 없이는 가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흉악 범죄자들의 가석방을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되고, 오판이 사후에 드러나면 재심이나 감형도 가능해서 사형제 폐지 대안으로 언급돼 왔습니다.
학계에선 헌법재판소가 사형제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경우, 현재 남아 있는 사형수를 '가석방 없는 무기수'로 감형하는 방식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대체로 좋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나뉘었습니다.
사형의 대체형으로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사형조차 달성하지 못 한 범죄 예방 효과를 가석방 없는 무기형으로 달성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수형자가 교화될 가능성을 봉쇄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예방교정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입법 내용을 구체적으로 봐야겠지만 선고 때부터 가석방 가능성을 차단하게 되면 수형자의 교화나 개선, 사회로 복귀해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김 연구위원은 "가석방 여부를 법관의 재량에 맡김으로써 판단의 위험성을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에 전가한 느낌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교도소 수감자들. / 사진 = MBN
일각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시 수형자 영구 수용에 드는 비용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법무부가 사형수를 비롯한 재소자 한 명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년간 3,0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헌재는 조만간 사형제 위헌 여부에 대한 세 번째 판단을 내릴 예정입니다.
헌재가 앞서 두 번의 심리와 같이 사형제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사형제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병존하게 될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 도입 없이 사형제만 존치될지, 아니면 헌재가 사형제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려 사형제가 폐지될지 주목됩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