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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팀에서 다시 탄생한 도루왕…'전설의 대도' 후계자 될 수 있을까
입력 2023-08-30 10:19  | 수정 2023-08-30 10:22
리키 헨더슨의 뒤를 잇는 '대도' 에스테우리 루이스. 사진 = AP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대도'는 이견의 여지 없이 리키 헨더슨(오클랜드 애슬레틱스)입니다.

헨더슨이 기록한 통산 도루 1,406개는 아직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위대한 기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00번 이상의 도루를 3시즌, 도루왕을 12번이나 차지한 그야말로 '전설의 대도'입니다. 등번호 24번이 영구결번되고 명예의 전당까지 헌액된 헨더슨은 오클랜드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헨더슨을 배출한 오클랜드에서 또 한명의 '대도'가 탄생했습니다. 외야수 에스테우리 루이스(24)가 그 주인공입니다.

루이스는 지난해 12월 오클랜드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밀워키 브루어스간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로 넘어왔습니다. 오클랜드가 주전 포수인 션 머피(28)를 애틀란타로 보내면서 밀워키 소속이던 루이스를 받아왔던 건데, 당시 평가는 좋지 못했습니다.

션 머피는 서비스타임이 3년 남은 리그의 정상급 포수 중 1명이었는데, 머피를 보내면서 받아온 최고 메인칩이 사실상 루이스였기 때문입니다. 루이스는 당시 MLB 파이프라인 기준 밀워키 8위 유망주였습니다. 탁월한 주루 능력 외에 다른 툴은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물론 루이스와 함께 받아온 다른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최상위권 유망주는 없었습니다.

올해 51개의 도루로 AL 도루왕을 예약한 에스테우리 루이스.
사진 = AFP 연합뉴스
그런데 루이스의 이 주루툴이 오클랜드에서 그야말로 대폭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데뷔해 17경기에서 도루를 1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루이스는 올해 벌써 51개의 베이스를 훔쳤습니다.

루이스보다 많은 도루를 기록 중인 선수는 내셔널리그(NL)의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란타·61개) 뿐입니다. 루이스는 당연히 아메리칸리그(AL) 도루 1위입니다. 지금부터 도루를 추가하지 못하더라도 AL 도루왕 수상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루이스가 이런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올시즌 66개의 도루가 예상되는데, 리키 헨더슨이 1998년 기록한 도루 숫자와 같아집니다. 1998년은 헨더슨이 마지막으로 도루 1위를 기록한 해이기도 합니다. 오클랜드 입장에선 헨더슨의 뒤를 잇는 도루왕을 배출한 셈입니다.

다만 루이스의 갈길은 멉니다. 도루 외에는 장점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루이스는 올해 105게임 427타석으로 풀타임 출전기회를 받고 있지만 타율 0.243, 출루율 0.300, OPS(출루율+장타율) 0.619 등 리그 평균에도 못 미치는 타격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팀의 주전 중견수로서는 아쉬운 성적입니다.

특히 빠른 발에 비해 수비도 최상위권이 아닙니다. 루이스의 OAA(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는 1로 양수긴 하지만, 상위권과는 거리가 멉니다.

루이스의 반대급부인 머피가 애틀란타에서 포수임에도 20홈런, OPS 0.909으로 정상급 활약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습니다.

공격에서 더 성장이 필요한 에스테우리 루이스.
사진 = AP 연합뉴스
루이스가 헨더슨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려면 공수 모두에서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 이상의 '스텝업'이 절실합니다. 헨더슨은 탁월한 도루 능력 때문에 일부에선 도루만 잘하는 선수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공격력 역시 매우 뛰어난 선수였습니다. 통산 득점 1위(2295점), 통산 볼넷 2위(2190개), 통산 안타 21위(3055개), 통산 출루율 0.401, 통산 OPS 0.820 등 MLB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2021년 86승 76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후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팔아버리며 새 팀 꾸리기에 들어간 오클랜드, 탱킹의 첫번째 '성과물'인 루이스가 헨더슨의 뒤를 이을 만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김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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