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에 "지역 축제서 '내시, 하녀' 분장해 포토존 업무 해달라"

인제군 "상생 의미로 요청…프로그램 수정 적극 검토 중"

강원도 인제군의 한 지역 축제에서 인근 군부대에 대민 지원 요청을 하면서 장병들에게 내시·하녀 등으로 분장해 ‘포토존 업무를 수행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지난 어제(29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에는 자신을 인제군에서 생활 중인 육군 간부”라고 소개한 A씨의 제보가 공개됐습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인제군 상남면은 최근 인원 지원 협조를 요청했고, 해당 부대에서는 간부 50명을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 업무는 마의태자 행렬 시 선두·후미 안전관리, 개회식 무대 주변 정렬, 움직이는 포토존 등 세 가지였습니다.

제보자는 '움직이는 포토존' 업무를 문제 삼았습니다.

간부들이 10명씩 신라 의상을 입고 교대로 1시간당 20분씩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포토존을 운영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제보자는 "분장 후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야 하는 피에로 역할이 과연 국민을 위한 대민 지원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개인의 초상권과 인권이 무시되는 처사인 것 같다"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내시, 하녀, 신하, 어우동, 역할을 맡는 게 과연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데 필요하느냐"고 하소연했습니다.

제보자는 "(이것이) 사회에서 바라보는 군인들의 현실이지 않을까 싶다"며 "피에로 역할을 맡게 될 간부들의 인권을 지켜달라"고 했습니다.

인제군 관계자는 "군부대와 상생하자는 의미에서 요청한 일이었다"며 "프로그램 수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