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
입력 2023-08-29 20:07  | 수정 2023-08-29 20:14
범죄자나 피의자의 얼굴을 수사기관이 촬영해 파일로 보관하는 머그숏.

흔히 '머그'라고 하면 큰 컵을 떠올리기 쉽지만, 머그는 18세기 얼굴의 속어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낯짝'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정식 명칭은 '폴리스 포토그래프'
경찰 사진으로, 미국에선 촬영 대상에 예외가 없고 빠짐없이 공개도 됩니다.

20대이던 1977년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2010년 코카인 소지 혐의로 힐튼 그룹 상속녀 패리스 힐튼
2017년 음주운전으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지난주엔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숏이 공개되기도 했죠.

우린 다릅니다.

2010년 신상 공개 제도가 도입됐지만 13년간 머그숏이 공개된 건 지난 17일 '신림동 성폭행 살인범' 최윤종과 2021년 '신변보호 여성 가족 보복 살해' 사건의 이석준 달랑 두 건뿐입니다.


머그숏을 공개하려면 범죄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거든요.

흉악범이 모자나 마스크, 안경 등을 사용하거나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릴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고

원하면 유치장에 준비된 옷을 빌려줘 자기가 평소 입던 옷이 드러나지 않게도 해주며

심지어 머그숏은 신상 공개용이므로, 공개를 원치 않는 피의자에 대해서는 촬영조차 하지 않습니다.

신상을 공개하는 이유가 뭐죠.
'가해자를 위해서'는 분명 아니죠.

그런데도 신상 공개를 결정해도 머그숏 공개 여부는 흉악범이 선택하는 이 이상한 상황은 '사진 촬영과 공개'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들이 이미 한참 전부터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처럼 모든 피의자의 머그숏을 공개하자는 게 아닙니다. 점점 더 잔인하고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흉악 범죄에 맞서 최소한의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주자는 겁니다.

추석 지나면 또 총선 정국이죠.

정말 국민을 위한 국회라면
이런 법안들부터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총선을 앞두고 자기들 잇속만을 위한, 내 편 끌어들이기 위한 이념 대결에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요.

두고 보면 누가 진짜 국민의 일꾼인지 알게 되겠죠.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시민들은 알 권리가 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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