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쩔 수 없이 ‘10m 음주운전’…1·2심 모두 무죄 선고
입력 2023-08-27 11:06  | 수정 2023-08-27 11:1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좁은 도로에서 통행 방해하지 않으려 차량 옮겨
음주 측정 거부는 인정...벌금 300만 원 선고


음주 운전자가 차량 통행을 막지 않으려고 어쩔 수 없이 매우 짧은 거리를 운전했다면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 심현욱 부장판사는 오늘(27일)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죄를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2021년 8월 울산 남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220%의 만취 상태로 약 10m 정도를 운전해 차를 옮기고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씨는 당일 지인 등과 술자리를 가진 뒤 술을 마시지 않은 여자친구 B씨에게 운전을 부탁했으나, 운전 중 두 사람 간 말다툼이 일어나 B씨가 울산 한 도로에 차를 세웠습니다. 해당 지점은 차량 1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도로여서 A씨의 차 때문에 다른 차량까지 움직일 수 없게 됐습니다. 이에 뒤 차량이 여러 번 경적을 울렸고 A씨는 B씨에게 일단 차량을 옮겨 달라고 부탁했으나 B씨는 거절했습니다.


A씨는 불가피하게 혈중 알코올농도 0.220% 만취 상태에서 차를 10m가량 직접 몰아 큰길로 빠져나가 갓길에 주차했고,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적발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비록 음주운전을 했지만, 위급하고 곤란한 경우를 피하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긴급피난)이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하고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공무집행 방해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해당 도로는 주·정차가 금지된 데다가 야간이었고, 여자친구 B씨가 운전을 거부한 상황에서 차량을 그대로 두기엔 정체가 이어지고 사고 위험도 컸다는 겁니다. 또 A씨가 매우 짧은 거리를 운전해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운 뒤 바로 차에서 내린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사는 A씨가 여자친구 B씨에게 운전을 거듭 부탁하지 않았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매우 높았다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좁은 도로에서 대리운전기사를 무작정 기다리거나 다툰 뒤 흥분한 상태에서 운전을 거부하는 여자친구 B씨가 다시 운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직접 짧은 거리만 이동시키고 바로 차에서 내린 것을 볼 때 운전할 의도는 없었다"고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판시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A씨는 이와 별도로,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하려고 하자, 측정기를 내리치고 경찰관을 밀쳐 공무집행방해죄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