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동산 핵심클릭] 출퇴근 1만 원 들어도 타시겠습니까?
입력 2023-08-27 10:48  | 수정 2023-08-27 13:31
경기 고양시 일산호수공원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 연합뉴스

몇해 전 결혼을 앞둔 후배가 신혼 집 전세로 어느 지역을 구해야 할지 고민을 물어봤습니다. 저는 고생은 젊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조금 힘들어도 3기 신도시 아파트를 당해 지역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경기도 모 도시에서의 '몸테크'를 권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결혼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 아파트를 매수해 서울로 돌어왔습니다. 서울에 인접한 경기권 지역이었음에도, 출근 시간에 버스 안에 1시간이 넘게 갇혀 있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내더라도 시세 상승 기대하며 출퇴근 용이한 서울에 살겠다는 겁니다.

이런 서울 외곽 등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고통을 덜어줄 ‘꿈의 노선으로 불리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하 GTX) 개통이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GTX-A 노선이 내년 상반기 수서~동탄 구간을 시작으로 차례로 개통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20분, 일산 킨텍스~서울역 16분, 동탄~삼성역 22분 밖에 안 걸린다는데, 주민들은 이제 '새벽별' 보기 안해도 되고 '저녁있는 삶'도 생기겠다며 개통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GTX가 정말 모든 걸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까요? 마지막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요금'입니다. 수도권 통합요금제를 기반으로 별도 추가요금을 내는 방식이 거론되는데, 지난해 발표된 경기연구원 교통물류연구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km까지 기본요금 1,250원에 별도 운임이 1,600원 붙고, 5km당 250원의 추가요금이 붙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킨텍스역에서 삼성역까지 37.4km를 이동하는데 편도 4,350원이 듭니다. 왕복하면 8,700원으로, 하루 출퇴근에 1만 원 가까이 써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한달 출퇴근 비용은 20만 원에 달하는데, 경기연구원에서 제시한 요금은 에너지 등 각종 비용이 급등하기 전에 추산된 결과여서 이를 반영하면 요금이 왕복 1만 원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 경기도청

일각에서는 교통요금은 편리성과 거리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빠른 속도로 먼 거리를 정시에 이동하는 GTX를 이용하려면 이 정도 요금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자금이 부족해 외곽으로 밀려난 것도 서러운데, 이들에게 높은 요금을 내고 서울로 출퇴근을 하라고 하는 건 가혹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게다가 GTX가 지하 공간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특성상 승강장 역시 지하 수십미터 아래에 건설됩니다. GTX를 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등을 이용해 이동하는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린다는 얘기입니다. 결과적으로 왕복 1만 원을 부담해 GTX 타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동 시간 합치면 절약되는 시간이 실제 얼마 되지도 않다는 불만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고양 창릉과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핵심 교통대책으로 대부분 GTX를 꼽았습니다. 그런데, GTX 요금이 시민들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높게 책정되면 3기 신도시 공급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심 주택 가격만 자극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거리 비례 요금을 비교적 엄격하게 적용한 일본의 경우 외곽 신도시에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던 만큼 원거리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GTX-A 노선도, 자료: 국토교통부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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