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유정 6차례나 반성문 제출...전문가 "인정 욕구 강한 데서 온 행동"
입력 2023-08-27 09:34  | 수정 2023-08-27 09:39
사진=연합뉴스
공판준비 기일서 판사가 "읽어본다"하자 잇따라 반성문 써


과외 앱에서 중학생 딸의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고 속여 또래 20대 여성에게 접근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이 재판부에 6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정 씨가 재판 준비 과정에서 보인 일련의 모습은 '인정 욕구' 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 김태업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준비 기일 일정을 지난 7월 14일 진행했고 내일(28일) 두 번째 공판준비 기일이 예정돼 있습니다. 공판준비 기일은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를 계획하는 절차입니다.

정유정은 첫 공판준비 기일에 앞서 국선 변호인 선임을 취소하고 사선 변호인을 선임해 출석 의무가 없음에도 직접 첫 공판준비 기일에 출석했습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첫 공판준비 기일 때 재판부가 정유정의 반성문에 대해 언급한 부분과 그 이후 상황에 주목해 정 씨가 인정 욕구를 기반으로 재판에 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첫 공판준비 기일 당시 재판부는 정유정이 지난 7월 7일 처음 제출한 반성문을 언급하며 "반성문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던데,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에서는 정유정이 어떻게 자라와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 사건 전에는 어떤 심경이었는지, 살해 범행을 벌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등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다음 공판준비 기일까지 이러한 부분들을 잘 정리해서 제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정 씨는 한 달여 동안 재판부에 5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추가로 제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등 어른들에게 무시 당해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아주 강력한데 판사가 반성문을 통해 본인의 그런 욕구를 알아봐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판사의 지시에 순응하면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됐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또 "실제로 정유정이 본인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지만, '경계적 성격장애' 성향도 보이기 때문에 반성하는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응대해 주는 등 소통할 기회를 잡는 셈이고, 그러한 과정을 누군가가 관심을 가질 이벤트로 생각할 것"이라며 정유정이 사회적 소통과 연결이 봉쇄된 상태로 살다가 끔찍한 범죄를 계기로 법정에 서면서 본인에게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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