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ulture] 악귀부터 식품회사 사장까지 ‘진며들었다’…지금 주목할 진선규
입력 2023-08-24 16:08 
배우 진선규(사진 CJ ENM)(매경DB)
2023년 올해 스크린과 브라운관 안팎으로 가장 바쁜 배우를 꼽아보자면 바로 ‘진선규가 아닐까. 영화, 드라마, 연극 무대를 오가며 활약 중인 그는 극의 주조연을 도맡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신스틸러 같은 인물이다. 드라마 <악귀>에서는 악귀의 진실을 파헤치던 민속학과 교수로,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에선 한순간에 복수에 휩싸인 소방관으로, 또 <달짝지근해: 7510>에선 느끼한 재벌2세로 분한다. 어느 순간 진선규가 귀여워 보이면 ‘진며들었다는 신호이다. 그의 극중 역할들을 탐구해보자.
※ 이 기사에는 극중 내용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드라마 <악귀> 구강모 役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다. 한국 민속학에 기반한 오컬트와, 연이어 발생하는 의문의 사건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한 서사의 결합으로 호평받으며 지난 7월 종영했다.
주인공 ‘산영(김태리)의 아버지이자 민속학과 교수로, 무속신앙 중 특히 귀신(鬼神) 연구에 몰두했던 ‘강모. 서툴지만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였던 강모는 연구를 이어가던 중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만한 시련과 맞닥뜨리게 되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악귀> 속 강모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인물이다. 강모의 부고 소식에 산영은 부친의 집 ‘화원재로 향하고, 그곳에서 강모가 유품으로 남긴 ‘댕기를 받으며 악귀와 조우, 잠재된 욕망에 눈을 뜨게 된다. 죽기 전 모든 것을 걸고 악귀의 실마리를 쫓는 한편, 악귀에 잠식당하기도 했던 강모 역의 진선규는 강약을 조절하는 디테일한 연기로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통해 ‘악귀에 대한 실마리를 쥐고 있는 ‘키 플레이어로서 활약했다.
드라마 ‘악귀 스틸컷(사진 스튜디오S, BA엔터테인먼트)
웹드라마 <몸값 Part.1, 2> 형수 役
티빙 오리지널 ‘몸값 스틸컷(사진 티빙)(매경DB)
원조교제를 하기 위해 외지의 모텔을 찾았다가,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된 ‘형수. 장기거래 중인 사람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물건이 된 형수는 갑작스런 지진 산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무너진 건물 속에서 형수는 장기매매 현장의 주요 인물 ‘주영(전종서)에게 경찰임을 밝히고 임시로 손을 잡아 당장의 위기는 벗어나지만, 장기매매 조직원들과 부서진 건물 잔해를 피해 탈출하는 건 어렵기만 하다.
<몸값>은 서로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사람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시리즈다. 지난 4월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강력계 형사지만 어딘가 어설픈 형수 역의 진선규는 코미디, 액션, 스릴러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인다. 작품 내내 서로 ‘필요할 때만 협력하는 주영과의 케미, 아버지를 위해 형수의 콩팥을 어떻게든(?) 얻으려 하는 효자 손님 ‘극렬과의 케미스트리 역시 볼거리. 마치 진실게임 같이 등장인물들의 말은 끊임없이 의심이 든다. 결코 선하다고 할 수 없지만, 빨간 팬티 하나만을 입은 채 짠내 나는 형수의 생존 일지를 시청자들은 지켜보게 된다. 한마디로 블랙코미디를 인물화시킨 캐릭터가 아닐까.
특히 4화에서 비밀 작업에 투입된 경찰인 것처럼 ‘후발대가 오는 척 펼친 주영과의 즉석 연기는 주목해볼 부분. 각 회차별 롱테이크로 촬영해 30여 분 동안 스토리를 렌즈가 급박하게 쫓고, 이 같은 호흡이 어색하지 않는 건 스토리와 배우들의 힘이 크다.
한편, <몸값>은 티빙과 파라마운트+의 두 번째 파트너십 작품으로 선정돼, 오는 10월 파라마운트+가 서비스하는 미국, 캐나다, 캐나다, 영국, 호주,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27개국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웹드라마 ‘몸값 포스터(사진 CJ ENM)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마주석 役
소방관 ‘마주석은 언제나 남을 위해 사는 인물이다.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끝없이 치솟는 불속도 가리지 않고 뛰어들 정도. 분양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었어도 선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선함과, 그의 아내 덕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임신 중이던 아내의 죽음에 주석은 무너지고, 아내를 죽인 살인범을 찾아 복수를 시도하지만 끝내 실패하며 살인미수로 구치소에 수감된다. 살아갈 이유를 잃은 주석의 안에 강력한 무언가가 들어온다. 이후 매일 같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는 주석 안의 ‘그것은 주석의 슬픔과 분노를 파고든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속 주석은 누구보다 따뜻한 인물이다. 하지만 착한 사람이 화가 나면 더 무서운 법. 가족이 살해당하며 악귀에 잠식당한 주석은 빠르게 흑화한다. 분노를 통해 역대급 악귀가 되었어도, 마주석의 선함과 악함은 어느 한순간 뒤바뀌지 않고 끊임없이 갈등한다. ‘소문(조병규)을 비롯한 카운터(악귀 사냥꾼)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이 사람이 선인지 악인지 혼란스럽다.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 진선규의 마스크가 제격인 캐릭터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2 스틸컷(사진 tvN ‘경이로운 소문2 갈무리)
영화 <달짝지근해: 7510> 병훈 役
<달짝지근해: 7510>은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최근 개봉작 중 화제인 <콘크리트 유토피아>, <오펜하이머> 사이에서 안정적인 스코어를 기록하며 순항 중인 이 영화의 힘은,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주인공들의 로맨스 서사와 주변 인물들의 적절한 밸런스에 있지 않을까.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스틸컷(사진 마인드마크)
진선규는 치호가 근무하는 제과회사 사장의 아들, 금수저 ‘병훈 역을 맡았다. 자칭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로, 말과 행동에서 느끼함은 보너스다. 진선규는 앞선 <달짝지근해: 7510> 제작발표회에서 병훈은 전작에서 표현해보지 않은 역할로, 본인과의 싱크로율은 ‘0%”라고 밝혔지만, 보는 이들에게 ‘착 달라 붙는다는 평을 받는 중이다. 극에서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병훈과 ‘은숙(한선화)의 불꽃 같은 사랑이 주인공들의 서사와 함께 엮이며 제대로 된 로맨스 코미디를 완성시킨다.
예능 <텐트 밖은 유럽>
예능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편 포스터(사진 tvN)
진선규의 대세 흐름은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까지 이어진다. 호텔 대신 캠핑장, 기차 대신 렌터카, 식당 대신 현지 마트를 이용해야 하는 유럽 캠핑 여행 예능 <텐트 밖은 유럽>을 통해서다. 이곳에서 진선규는 스위스&이탈리아 여행에 이어 겨울의 끝판왕이라는 북유럽 노르웨이 한복판으로 캠핑을 떠났다. 유해진×진선규×박지환×윤균상 등 빌런 전문(?) 배우들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순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재미를 얻게 된다.
특히 <달짝지근해: 7510>에 이어 ‘유와 진 조합, 영혼의 짝꿍 유해진과의 케미스트리가 하나의 볼거리. 여행지의 경이로운 풍경과 현지 아웃도어 캠핑의 낭만을 즐기는 모습부터, 약간의 허당기, 잔망미 넘치는 매력까지…. 어느덧 진선규가 귀여워 보이는 순간 ‘진며들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능 ‘텐트 밖은 유럽 노르웨이 편(사진 tvN ‘텐트 밖은 유럽 갈무리)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사진 매경DB, SBS, tvN, 티빙, CJ ENM, 마인드마크, 각 작품 스틸컷]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4호(23.08.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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