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OVIE] 영화 <비공식작전>
입력 2023-08-24 15:30 
사진 ㈜쇼박스
짠내 나는 K직장인의 피랍 탈출기

영화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 무장 세력에 의해 납치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최초의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피랍과 ‘21개월 뒤 생환이라는 시작과 끝만 실제 사건에서 따온 후, 그 과정 속 인물들과 스토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운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7년, 흙수저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출세 코스와 거리가 먼 중동과에서 5년째 근무 중이다. 어느 날, 20개월 전 실종된 외교관의 생존 신호가 담긴 전화를 받게 되고. 성공하면 미국 발령이란 조건을 걸고 그를 구하는 비공식 작전에 자원해 내전 중인 레바논으로 향한다. 공항 도착 직후, 몸값을 노리는 공항 경비대의 총알 세례를 피해 우연히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차를 타게 된 민준. 한국인이 모두 철수한 레바논에 혼자 남은 택시기사 판수는 아랍어에 능통하며 현지 길도 잘 안다. 갱단까지 돈을 노리고 민준을 쫓는 지뢰밭 같은 상황 속, 기댈 곳은 유일한 한국인인 판수뿐이다.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 영화답게 <비공식작전>의 가장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에서 저승차사 ‘강림과 ‘해원맥 역을 맡아 편당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인 ‘흥행 듀오 하정우와 주지훈이 영화 속에서 ‘사투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하정우와는 <터널>, 주지훈과는 <킹덤> 시리즈로 함께 작업했던 김성훈 감독은 공무 수행 중인 외교관과 사기꾼 기질 다분한 택시기사로 둘을 입체적인 듀오 캐릭터로 묶어냈다.
사진 ㈜쇼박스
<터널>에서 생수 두 병과 케이크,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나 홀로 사투를 벌이며 몰입을 안긴 하정우가 <비공식작전>에서도 홀로 극한의 상황에 뛰어드는 민준 역을 맡았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물을 그려낼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그가, 이번에도 전매특허 인간미와 짠내 나는 유머를 선보인다. 컬러풀한 의상은 물론, 유창한 현지어와 화려한 호객행위까지 선보이며 캐릭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판수 역의 주지훈은 민준과 비공식 작전을 수행하며 서서히 변화되는 심리를 따스한 온기로 소화해낸다.
모로코 로케이션으로 구현한 1987년의 레바논 베이루트는 테러가 횡행했던 도심, 전통이 살아있는 시장과 뒷골목, 광활한 산맥이 펼쳐진 대자연 등으로 영화 속 내러티브에 생동감을 더한다. 민준과 판수의 관계 변화와 함께 달려가는 영화”라고 말한 김성훈 감독의 설명대로, <비공식작전> 속 두 인물은 베이루트를 배경으로 다양한 감정의 파고를 겪는다. 위기에 놓인 인물들의 뒤에는 황량하고 삭막한 공간이, 화해와 연대를 앞둔 인물들의 배경으로는 너른 대자연이 등장한다.
사진 ㈜쇼박스
전선을 활용한 와이어 액션부터, 총 한 번 쏴 본 적 없는 이들의 총격 액션, 판수의 택시 하나로 미로 같은 골목을 질주하는 풀-악셀 카 체이싱 액션까지 다이내믹한 액션도 볼거리. 해외 발령을 위해 자원한 민준과, 목돈을 만져보고자 민준과 동행한 생계형 택시 기사 판수는 개인적 영달을 위해 위기 속에 뛰어들었다가 함께 집에 갑시다”라는 진심이 담긴 한마디를 품고 함께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브로맨스가 극을 끌고 나간다.
원하지 않았던 위기에 처한 평범한 이들의 사투,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미, 긴장감, 유머를 잘 다뤄내는 것은 김성훈 감독의 특기지만 남북 외교관의 탈출기를 그린 <모가디슈>,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다룬 <교섭> 등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소재가 아쉽다. 러닝타임 132분.
사진 ㈜쇼박스
[글 최재민 사진 ㈜쇼박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4호(23.08.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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