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엄마, 나 죽고 싶지 않아요"…캐나다 '최악' 산불로 3만 5천 명 대피
입력 2023-08-20 16:29  | 수정 2023-08-20 16:32
캐나다 웨스트캘로나 산불/사진=연합뉴스
대피령 주민수 하루 만에 두 배 증가…추가 3만명 대피 경보


미국 하와이 섬에 이어 캐나다 서부 지역에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대피령이 내려진 주민의 수가 하루 새 두 배로 증가했습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데이비드 이비 주총리는 19일(현지시간) "현재 상황은 암울하다"며 "약 3만 5천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밝혔습니다. 전날까지 약 2만 명에 대해 대피령이 내려졌는데, 하루 만에 1만5천명이 증가한 것입니다. 이비 주총리는 이외에도 "추가로 3만 명이 대피 경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주민에 대피령이 추가로 내려진 것은 산불이 통제 불능 상태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내륙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캐나다를 동서로 이어주는 트랜스 캐나다 고속도로는 밴쿠버에서 북동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체이스 인근과 동쪽으로 150km 떨어진 호프와 라이튼 마을 사이에서 폐쇄됐습니다.

캐나다 웨스트캘로나 산불/사진=연합뉴스


남쪽으로 미국 국경에 가까운 주의 웨스트켈로나에서는 며칠간 화마가 마을 근처 언덕과 산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산불은 이미 뉴욕주 전체 크기에 해당하는 14만㎢를 태웠고, 현재 수천 가구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불길은 주도 옐로나이프에서 15㎞ 떨어진 지점까지 번져온 상태로, 주민 2만 명 중 95%가량인 약 1만 9천 명이 대피를 마친 상태입니다.

AP 통신은 옐로나이프에 아직 문을 연 곳은 식료품점과 약국, 술집이 각각 하나씩뿐일 정도로 도시가 사실상 텅 비어버렸다며 "인적이 끊겨 유령 도시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소방대원들은 주민들을 구조하려다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최소 4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 여성은 지난 13일 가족과 함께 불길을 뚫고 자동차를 몰아 대피하는 과정에 불씨가 차량에 옮겨붙고 앞 유리가 깨졌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타이어가 완전히 파손되고, 차에 불이 붙고, 연기가 자욱하게 될까봐 무서웠다"며 "아들이 '엄마, 나 죽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더라"고 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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