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교사 생활…주변 지인들 "책임감 강하고 선량한 성격" 회상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으로 숨진 초등학교 교사 A씨가 방학 중 학교로 출근하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A씨에 관한 미담 역시 끊이지 않으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오늘(20일) A씨의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교직원 연수 기획·운영 업무를 맡은 A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 예정된 업무를 위해 평소 자주 이용하던 등산로로 출근 중이었습니다.
빈소에서 만난 대학 동기 김모 씨는 "원래 성실한 친구다. 아침 8시 30분에 근무를 시작하더라도 1시간씩 일찍 가는 아이라서 그날도 빨리 출근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또 "방학 중에 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게 모두 꺼리는 일인데 본인이 맡아서 한 거였다"며 "정말로 선량한 친구가 일하러 가다가 그렇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표출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전날 밤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그는 조문을 마치고 나와 "유족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약 10년간 교사 생활을 한 A씨는 학교 안팎에서 궂은일에 먼저 나서는 책임감 강하고 선량한 성격이었습니다.
A씨의 오빠는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보직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 아이다. 스무 살 때부터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 사치도 안 부리고 월급을 모아 내년에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며 울먹였습니다.
A씨의 사촌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착한 아이였다. 싫은 소리도 못 하고 힘든 일도 맡아서 했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한 현모(49) 씨는 "코로나로 격리됐을 때 몰래 도시락을 가져다주면 그것도 미안하다며 나한테 선물 쿠폰을 보내던 아이"라며 애통해했습니다. 또 같은 동호회원 윤모(47) 씨는 "대회를 하면 미리 계획해 발표 자료까지 만들고 솔선수범했던 아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의 빈소는 사흘간 치료받은 서울시내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습니다. 빈소 앞에는 대학 동기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 있습니다. 비보를 접한 지인들은 눈물을 훔치며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10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