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산으로 갈까봐 사이렌 안울려" 하와이 재난책임자 사임
입력 2023-08-19 11:10  | 수정 2023-08-19 11:13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 현장. / AP = 연합뉴스


하와이 산불 발생 당시 주민들에게 혼란을 줄까 봐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다는 변명을 내놓은 마우이 카운티의 책임자가 해당 발언 이후 하루 만에 사임했습니다.

현지시간 18일 마우이 카운티에 따르면 마우이 비상관리국(EMA) 수장인 허먼 안다야가 전날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리처드 비센 시장은 즉각 이 사직서를 수리했으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해 가능한 한 빨리 이 중요한 직책에 누군가를 배치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안다야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산불이 라하이나 등지를 덮쳤을 때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예기치 않은 혼란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바 있습니다. 그는 "비상 사이렌이 울렸어도 주민들이 산불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하와이 일대의 경보 사이렌이 쓰나미 대비용으로 구축된 까닭에 "우리는 사람들이 산 쪽으로 피신할 것을 두려워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우이 비상경보 체계를 설명하는 홈페이지에는 해당 사이렌이 화재 시에도 사용된다고 명시돼 있어 그의 발언은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앵거스 맥켈비 하와이주 상원의원은 "사람들이 그렇게 멍청해서 사이렌 발령이 화재 때문이라는 것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욕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이것은 쓰나미 사이렌이 아니라 재난 사이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 현장 수색 작업. / 로이터 = 연합뉴스


한편 화재 원인을 두고 전력회사의 책임론이 커지는 가운데, CNN 방송은 한 센서 네트워크 회사의 분석을 인용해 화재 발생 직전 전력망에 결함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센서 네트워크 운영회사 '위스커 랩'의 최고경영자(CEO) 밥 마셜은 화재 발생 직전인 7일 늦은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마우이에서 "전력망이 점점 더 많은 압력을 받는 것을 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화재가 발생한 밤 동안 전력망에서 122개의 개별 결함을 측정했다"며 전기 회로의 합선이나 부분적인 합선이 전류를 원래의 경로를 벗어나게 해 화재를 일으켰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와이 전력망을 운영·관리하는 회사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마우이의 일부 전봇대가 땅에 쓰러지고 송전선이 끊긴 것을 알면서도 전력을 차단하지 않아 화재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소송을 당한 상태입니다. 이 회사는 4년 전 이미 송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그동안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우이섬 산불 사망자 수는 전날 밤까지 111명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우이에서 화재는 11일째 이어지고 있으며, 주요 피해지역인 라하이나의 화재진압률은 90%, 나머지 지역의 진압률은 80∼85% 정도입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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