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진술 강요 혐의' 국정원 직원들 1심 무죄…유우성 "역사에 남을 오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 씨의 여동생 유가려 씨를 폭행하고 협박해 허위 진술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가정보원 조사관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은 오늘(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조사관 유 모 씨와 박 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화교 출신 탈북민 유우성 씨는 지난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했는데, 국내에 있는 탈북자 200여명에 대한 정보를 동생인 유가려 씨를 통해 북한에 넘겨준 혐의로 2013년 기소됐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증거조작이 확인되면서 유 씨는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 조사관인 유 씨와 박 씨는 지난 2012년 11월 동생인 유가려 씨를 신문을 한 뒤 "오빠인 유우성이 북한에 몰래 들어가 임무를 받았다"고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유가려 씨는 이 과정에서 조사관들의 욕설과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범행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사실상 유가려 씨의 진술 밖에 없는 상황인데, 일관되지 않고 번복이 있기도 했다"며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은 행정조사관으로 직접 대공 행위를 수사하지 않는다"면서 "폭행이나 협박까지 해가면서 진술을 받았을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유가려 씨가 조사관들에 대한 적대심이 있었고 의무기록에도 폭행에 관한 내용이 없었던 사실 역시 판단 요소가 됐습니다.

직접 법원에 나온 유우성 씨는 선고가 끝난 뒤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뒤 하는 진술이라 기억에 일부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 "다른 명백한 증거들을 뒤로한 채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역사에 남을 오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무죄가 진실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더 많은 부분들을 밝혀내겠다"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습니다.

[홍지호 기자 jihohong10@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