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들이 의료기관과 정부, 지역사회로부터 방치되고 사회생활 지원도 받지 못해 고립된 채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굴할 수 있는 수단도 없을뿐더러 발굴한 다음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돕는 지원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9일 보건복지부 설명에 따르면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들을 발굴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정신의료기관뿐 아니라 주민센터, 경찰, 소방 등에서도 지원이 필요한 환자를 발견하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연계합니다.
그러나 모든 질환자가 이렇게 발굴되고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례관리 대상은 입원에 준하는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거나,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스스로 약물치료 등 관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센터에 등록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외래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자의로 치료를 중단하고, 지역사회에서 고립돼 '은둔형 외톨이'인 채로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입니다.
정부는 지역사회에서 발견된 치료 중단자를 위한 '외래치료지원제도'를 2020년 도입한 바 있습니다.
자해·타해 행동으로 입원 또는 외래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심의위원회 판단을 거쳐 최대 1년간 외래치료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래치료지원제가 시행된 이후 3년간 전국의 지원대상자 수는 2020년 20건, 2021년 32건, 2022년 64건에 불과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정신의료기관의 평가를 통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입원까지 연계하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 조항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 환자의 경우 외래치료지원보다 강도가 높은 조치인 행정입원 등의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는 것을 감안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렇듯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치료 중단자들에 대해 더 편히 자발적으로 찾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사회로 끌어내고, 일자리 등 적응까지 연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단장인 기선완 가톨릭관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정신건강복지센터 외에도 포괄적으로 환자를 돌봐주는 지역사회 체계가 필요하다"며 "일상생활을 돕고 직업기술 등도 가르쳐주는 다양한 기능의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학업과 구직 활동,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10∼20대의 낮은 연령대에서 발병이 빈번한 만큼, 이들의 병원 밖 사회활동과 인간관계 구축 지원이 적극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의 회복을 돕는 경기동료지원센터의 이한결 센터장은 "15년 동안 외래 진료와 약물 치료를 받고 있지만 방 안에서 나오지 못했던 분이 있다. 직업활동 등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식물인간처럼 살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했습니다.
또 "산책도 할 수 없는 병동에 강제입원할 가능성이 두려워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환자들도 많다"며 "정신장애가 없는 일반인들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행동 통제가 힘들고 상담이 필요한 것처럼, 약물치료 전 단계에서 편하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공동체 내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