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정부, 세월호 '유병언 차명의혹' 10억 원 규모 주식 확보 소송 패소
입력 2023-08-08 16:39  | 수정 2023-08-08 16:40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관련 지출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정부가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10억 원 규모 차명 의혹 주식을 확보하려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6일 서울고법 민사16부(김인겸 부장판사)는 정부가 이강세·이재영 전 아해(현 정석케미칼) 대표와 이순자 전 한국제약 이사 등 5명이 보유한 정석케미칼 주식 19만 1,000주 가량을 인도하라고 청구한 소송에서 정부 측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1주당 가격은 5,000원으로 주식가치로는 모두 9억 6,000만 원 상당입니다.

유병언이 실제 주인 vs 회사·교단이 실제 주인

이강세 전 아해(현 정석케미칼) 대표 (사진=연합뉴스)

정부 측은 해당 주식이 유 전 회장이 측근인 이강세·이재영 전 대표 와 이 전 이사 등 측근들에게 차명으로 맡긴 주식이므로 구상권 청구 금액 확보를 위해 인도하라는 소송을 지난 2017년 제기했습니다.

유 전 회장이 측근들을 비롯해 세모그룹 임직원들에게 아해 등 계열사 주식을 차명으로 맡겼고, 실질적인 사주로서 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렸다는 주장입니다.

차명 주식이라는 근거로 정부 측은 이순자 전 이사가 검찰 조사에서 '유 전 회장 부탁으로 주식을 나의 명의로 취득했을 뿐 대금은 부담하지 않았고 배당을 받지도, 주권을 행사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낸 점을 거론했습니다.

또 이 전 이사 남편이자 유 전 회장 측근으로 세모그룹 부회장을 지낸 김필배 씨가 "해당 주식의 실제 주인은 유 전 회장"이라고 진술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반면 이강세 전 대표는 해당 주식 명의를 맡긴 건 정석케미칼 사측일 뿐 유 전 회장과는 관련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재영 전 대표와 이 전 이사 등 나머지 피고들은 기독교복음침례회 이른바 구원파 교단이 명의를 맡긴 것이므로 역시 유 전 회장이 맡긴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 "유병언이 맡겼다는 근거 없다"

이에 지난 2021년 1심 법원은 정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이강세 전 대표 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법원은 "주식과 관련해 서류로 된 주권을 정석케미칼이 모두 보관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석케미칼 사측이 명의를 맡겼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 법원 역시 "정부가 낸 증거만으로는 유 전 회장과 피고들 사이 명의신탁이 맺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정석케미칼이 명의를 맡겼다고 보는 게 맞다"며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앞서 이 전 이사 등이 '주식의 실제 주인은 유 전 회장'이라고 진술한 걸 두고도 2심 법원은 다른 피고들이 과거 다른 사건에서 '주식의 실제주인이 누군지 모른다'고 진술해 피고들 간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소송에는 구원파 교단도 참여해 "교단이 맡긴 주식이고 명의신탁 계약이 끝났으므로 교단에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정부 측과 교단 측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구상권 소송에도 차질?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가 세월호 참사 발생 9년 만에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인천지검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정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출한 전체 비용이 5,548억 원이라고 보고 유 전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장남 유대균 씨를 상대로 1,878억 원대 구상권 소송을 제기했지만 유 씨가 유 전 회장의 상속을 포기하면서 정부 측이 최종 패소했습니다.

지난주 귀국한 차남 유혁기 씨를 비롯해 장녀 섬나, 차녀 상나 씨를 상대로는 각각 557억 원, 571억 원, 572억 원씩 모두 1,700억 원 가량 구상권이 1심에서 인정됐지만 아직 2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정부 측은 구상권 청구 금액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유 전 회장 일가의 차명 의혹 주식을 확보하기 위한 소송도 여럿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석케미칼 주식 인도 소송처럼 정부의 패소가 이어질 경우 구상금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도 나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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