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 응대' 사과 요구하자 승객 다치게 한 택시기사 집행유예

서울중앙지법, 승객 다치게 한 택시기사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20대 승객이 반말 응대를 문제 삼자 말다툼 끝에 차량을 급출발해 승객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택시기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박혜정 판사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에게 "택시를 이용해 피해자를 다치게 했고, 피해자가 신체적 고통을 겪었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 3월 11일 새벽 5시쯤 서울 강남구 도로에서 손을 흔들며 택시를 부른 B씨와 말다툼을 했습니다. A씨가 차를 세운 뒤 "어디로 가는데?"라고 묻자, B씨가 차에 타지 않은 채 '반말을 사과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화가 난 A씨는 욕설과 함께 택시 핸들을 틀어 출발했고, 이 과정에서 B씨가 바닥에 넘어져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검찰은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로 피해자를 다치게 했다"며 A씨를 형사재판에 넘겼습니다.

법정에서 A씨는 "피해자가 조수석쪽 손을 놓은 것을 확인한 뒤 택시가 출발했다. 일부러 다치게 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박 판사는 "피해자는 '휴대폰을 쥐고 오른손을 창문 안에 넣고 왼손으로 조수석 문을 짚었다'고 진술한다. 현장 CCTV를 보면 택시가 왼쪽으로 휙 움직이자 피해자가 곧바로 넘어졌다"며 "술에 취한 피해자의 손이 택시 창문 안으로 들어가 있어 급출발 시 피해자가 창문에 부딪히거나 넘어져 다칠 수 있었는데 피고인이 이걸 모를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교대 시간인 점을 설명했지만, 술에 취한 피해자가 계속 시비를 걸어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800만 원을 받고 합의한 B씨가 A씨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A씨와 검사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김한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hanna240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