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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km 던지면 뭐하나… 최고유망주 호투 '분식회계'로 망친 일본인 투수
입력 2023-08-03 16:11  | 수정 2023-08-03 16:20
최악의 투구를 한 후지나미 신타로. 사진 = AP 연합뉴스
'161km/h 뿌리는 투수의 분식회계'

미국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일본인 투수 후지나미 신타로(29)가 최악의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후지나미는 우리 시간 오늘(3일) 토론토와의 원정 경기에서 6회 초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 양 팀 선발인 그레이슨 로드리게스(23)와 기쿠치 유세이(32)의 호투로 1대 1의 팽팽한 경기가 진행 중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후지나미는 이런 박빙의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첫 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2사 만루를 만들더니, 사구로 밀어내기 1점을 헌납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타자마저 또 맞히면서 1점을 더 내줬습니다.

6회 2사까지 1실점으로 틀어막았던 신인 로드리게스의 호투를 순식간에 5.2이닝 3실점으로 만들어 버린 최악의 투구였습니다.


볼넷과 사구 2개가 연이어 발생하며 승기가 넘어가자 수비수들의 집중력도 흔들렸습니다.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호르헤 마테오(28)가 처리하지 못하면서 한 점을 더 허용했습니다.

4대 1,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넘어갔고, 로드리게스는 패전투수의 멍에를 안았습니다.

볼티모어의 최고 투수 유망주 그레이슨 로드리게스.
사진 = AP 연합뉴스
선발임에도 100마일(160.9km/h)을 쉽게 던지는 로드리게스는 볼티모어가 애지중지 키운 최고의 투수 유망주입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더(전체 11번)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유망주 1위까지 차지했었던 로드리게스는 신인임에도 'G로드'라는 별명까지 붙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로드리게스는 올 시즌 초반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적응하지 못하며 부진했고, 다시 트리플A로 내려갔습니다. 마이너리그서 재조정을 거친 뒤 지난 달 17일 다시 빅리그로 올라와선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오늘의 호투가 패전으로 바뀐 셈입니다.

강력한 구위와 불안한 제구의 후지나미.
사진 = AFP 연합뉴스
그럼에도 정작 후지나미는 기록상 어떤 손해도 없었습니다. 승계주자는 로드리게스의 자책점으로 기록되는데다 자신이 내보낸 주자의 실점은 실책에 의한 것이어서 본인은 오히려 0.1이닝 무실점으로 기록되며 평균자책점(ERA)을 8.08에서 8.04로 낮췄습니다. 제대로 된 '분식회계'였습니다.

평균 구속 98.2마일(158km/h)의 파이어볼러인 후지나미는 고질적인 제구 문제로 늘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올 시즌 56이닝을 던지면서 60탈삼진을 잡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갖고 있지만, 볼넷 35개, 사구 7개에서 보여지듯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오늘 등판에서도 후지나미는 100마일을 던졌지만 빠를 뿐이었습니다.

오클랜드 시절의 후지나미.
사진 = AFP 연합뉴스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볼티모어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불펜을 강화하기 위해 후지나미를 영입했습니다. 전 소속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49.1이닝 ERA 8.57을 기록하던 후지나미는 볼티모어로 와 6.2이닝 4.05로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투구는 박빙의 상황에서는 아직 쓸 수 없는 투수라는 걸 후지나미 본인이 증명한 경기였습니다.

[ 김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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