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앗, 뱀이다!"…찜통더위에 그늘 찾아 도시 진출한 뱀들
입력 2023-08-01 08:27  | 수정 2023-08-01 08:29
구렁이 / 사진=연합뉴스
"독뱀도 있어 119 신고해야"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도심 한복판에 뱀이 출몰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인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던 개가 풀숲에서 갑자기 뛰쳐나온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단지 곳곳에 백반을 뿌리는 등 대대적인 뱀 소탕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6월 12일에는 전남 여수 한 주택가에서 길이 2m가량의 구렁이가 발견돼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인근 야산에 풀어줬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강원 강릉 도심에서 길이 1.4m의 뱀이 출몰,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여름철에 아파트 단지 안까지 뱀 출몰이 잦은 이유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서식이 쉬운 주거지로 뱀이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박창득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찌는 듯한 더위에 뱀 역시 덥기 때문에 체온을 낮추기 위해 그늘 같은 시원한 곳을 찾아다닌다"며 "도심 아파트 단지 내 나무가 많은 산책로나 인공 폭포 등지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변온동물인 뱀은 건조하고 춥거나 습하고 더운 극단적인 기후에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즉 덥고 습한 야생에서 버티지 못한 뱀이 상대적으로 적당한 습도와 기온을 갖춘 도심으로 모여든다는 것입니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강변 등 수변 지역에는 사람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설치류가 많고 이를 잡아먹는 뱀에겐 서식이 쉬울 수 있다"며 "한강 둔치엔 수풀이 많고 물이 가까워 뱀이 선호하는 환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뱀 출몰지역 표시 / 사진=연합뉴스

통상 뱀이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지만 발견했더라도 함부로 포획해선 안 됩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 서식 중인 대부분 뱀이 포획 금지 대상입니다.

한반도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대륙유혈목이와 능구렁이, 실뱀, 누룩뱀, 살모사 등 국내에서 주로 발견되는 뱀 대부분이 포획 금지 야생생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소방대원이 출동해 뱀을 잡아도 살처분하지 않고 야산에 풀어 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주택가로 서식지를 옮긴 뱀 중엔 독뱀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최근 도심에서 자주 목격되는 유혈목이는 과거 독이 없는 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유혈목이 목에 독이 든 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살모사의 경우 독이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뱀을 만나면 신속하게 자리를 피하고 소방에 신고하는 것이 일단 최상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 연구관은 "도심에서 뱀을 발견하는 즉시 119에 신고를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뱀에게 물린 경우 깨끗한 물로 해당 부위를 씻어내고 독이 몸으로 퍼지지 못하도록 상처 부위를 압박한 채 빠르게 응급실로 내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다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azeen9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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