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모욕 혐의 인정...항소심서 무죄 판결
'용팔이'(전자기기 판매업자를 비하하는 용어)라는 표현을 두고 벌어진 법적 공방에서 재판부가 모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은 모욕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무죄라고 판결했습니다.
울산에 사는 A씨는 2021년 2월 전자기기 판매업자 B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컴퓨터 관련 C 제품을 40만원에 판다는 글을 봤습니다.
A씨는 당시 시세로 20만원 미만인 C 제품이 품절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자 B씨가 이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배 이상 올려 파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A씨는 해당 판매 글 '묻고 답하기'에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는 글을 올렸고, '용팔이'라는 단어로 모욕 혐의로 재판받게 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 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가 B씨 판매 글에 대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아무런 설명 없이 오로지 B씨를 향해 경멸하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모욕죄는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고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 표현을 했을 때 성립합니다.
다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쓴 경우나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죄가 되지 않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일반적이거나 정상적인 표현 없이 '이자가 용팔이의 정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악의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A씨는 용팔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사회 윤리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A씨가 '용팔이'라는 단어 뜻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모욕을 주려는 의도는 있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해당 게시판에는 A씨가 글을 쓰기 전에도 다른 소비자들이 B씨가 책정한 C 제품 가격을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던 점, A씨는 비슷한 의견을 압축적 표현한 점 등을 고려해 A씨가 무작정 모욕하는 표현을 쓴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또 '용팔이'라는 단어 외에 욕설이나 비방이 없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글을 올린 곳은 소비자들이 판매자에게 상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