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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올리토 트레이드'가 화이트삭스에 안겨준 많은 것들 [김한준의 재밌는 야구]
입력 2023-07-28 11:58  | 수정 2023-07-28 12:51
에인절스로 트레이드된 루카스 지올리토. 사진 = AP 연합뉴스
7월 말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 중 하나입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마감일)을 앞두고 바이어(구매자) 구단과 셀러(판매자) 구단 간 움직임은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줍니다.

자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팔고 유망주를 받는 초대형 트레이드도 자주 성사됩니다. 지난해에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신시내티 레즈의 에이스 루이스 카스티요(30)를 받으며 팀 내 톱 유망주들을 다수 넘기는 트레이드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시애틀은 팀의 1위, 3위, 5위 유망주와 추가로 한 명의 유망주를 반대급부로 내놔야 했습니다. 팀의 톱5 유망주 중 3명을 희생시키는 결단을 내린 겁니다.

이번 시즌에는 이런 메가톤급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일부의 전망도 있었지만, 에인절스가 오타니와의 동행을 선택하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기간의 주인공이 되기로 마음 먹은 것 같습니다. 오타니의 트레이드 불가 방침을 정한 뒤 바로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1선발 역할을 한 우완 루카스 지올리토(29)와 셋업맨 레이날도 로페즈(29)를 데려오면서 팀의 2위, 3위 유망주를 내준 겁니다. 포수 에드가 쿠에로(20)와 3위 유망주 좌완 카이 부시(23)였는데, 쿠에로는 리그 전체 65위의 특급 유망주였습니다.

지올리토와 로페즈의 서비스 타임이 올 시즌까지인 만큼, 에인절스는 올해 가을야구를 위해 모든 것을 건 셈입니다. 올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된 이들을 잡지 못한다면 3개월만 동행한 채 떠나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글은 에인절스의 행보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이번 시즌 '셀러'로 나선 화이트삭스와 이번에 넘어간 지올리토, 로페즈에 대한 글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에인절스로 트레이드된 레이날도 로페즈.
사진 = MLB SNS

이쯤되면 공동 운명체…지올리토와 로페즈의 시간은 함께 간다


지올리토와 로페즈는 모두 2012년에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한 선수들이었습니다. 각각 그해 신인 드래프트(1라운드 전체 16번)와 국제계약으로 워싱턴에 입단한 이들은 메이저리그 데뷔를 한 해인 2016년 12월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됩니다.

당시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의 최강팀으로 군림하던 워싱턴이 '윈나우'를 위해 화이트삭스 소속이던 외야수 애덤 이튼을 받아왔는데, 이 거래의 반대급부였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드 당시 유망주였던 이들은 이후 화이트삭스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들로 성장했습니다.

지올리토는 시카고에서 7년간 929이닝을 던지며 59승 52패, ERA(평균자책점) 4.20, 탈삼진 993개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019년에는 첫 올스타와 함께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6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로페즈 역시 7년 동안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611.2이닝 동안 33승 44패, 19홀드, 4세이브, ERA 4.38의 성적을 냈습니다. 화이트삭스는 이들의 활약 속에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번에 에인절스로 또 함께 트레이드되며 기이한 운명 공동체로 엮이게 됐습니다.
지올리토·로페즈 트레이드
사진 = 화이트삭스 SNS

씨 뿌리고 떠난 지올리토·로페즈…새 유망주들은 새로운 희망이 될까?


두 사람과 화이트삭스와의 인연은 끝난 것 같지만, 완전히 마침표를 찍진 않았습니다. 이들과 교환된 2명의 유망주 때문입니다.

에인절스산 유망주 2명은 실패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화이트삭스의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이 됐습니다. 특히 포수 에드가 쿠에로는 향후 화이트삭스의 주전포수를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평가입니다.

현재 화이트삭의 주전포수는 야스마니 그랜달(34)인데, 올 시즌 후 4년 FA 계약이 끝납니다. 4년 7,300만 달러의 몸값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또 화이트삭스와 재계약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백업포수인 세비 자발라(29)는 올해 40인 로스터 생존이 힘들어 보이는 성적을 내고 있고, 카를로스 페레즈(26)도 트리플A서에서도 좋지 못해 포수 수혈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후년 이후 주전포수가 될 수 있는 후보군 중 한 명인 쿠에로를 수혈한 겁니다. 현재 쿠에로는 20살임에도 더블A까지 승격돼 OPS(출루율+장타율) 0.718을 기록 중입니다.

카이 부시 역시 잘 성장한다면 미래 선발진의 한축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현재 더블A에서 선발로 육성되고 있습니다. 쿠에토가 미래 주전포수가 되고, 부시가 향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다면 화이트삭스 팬들은 지올리토와 로페즈를 평생 칭송하지 않을까요?
계속 함께 하게 된 지올리토와 로페즈.
사진 = 화이트삭스 SNS

더닝으로 얻어온 랜스 린…화이트삭스의 2021년 전성기를 이끌다


시계추를 지올리토와 로페즈가 화이트삭스로 온 2016년 12월로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트레이드에 포함된 선수는 이 둘 만이 아니었습니다.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한국계 메이저리거'인 우완 투수 데인 더닝(28)도 포함됐습니다. 그러니까 애덤 이튼 1명을 주고 유망주 3명을 받는 트레이드였던 겁니다.

화이트삭스에서 젊은 선발 투수로서 자리를 잡아가던 더닝은 갑자기 2020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됩니다. 당시 '바이어'였던 화이트삭스가 확실한 선발 자원인 랜스 린(36)을 얻기 위해 더닝과 좌완 에이버리 윔스(26)를 희생시킨 겁니다. 어찌 보면 린 역시 애덤 이튼 트레이드의 유산인 셈입니다.

린은 올해 부진하기 하지만, 이제껏 선발진의 한 축을 꿋꿋이 지켜 줬습니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398.1이닝, 25승 22패 ERA 4.23입니다.

텍사스로 옮겨간 더닝은 3시즌 동안 373이닝 17승 21패 ERA 4.13을 기록 중입니다. 더닝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린이 화이트삭스가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1위(93승 69패)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2021년(157이닝, ERA 2.69) '슈퍼 에이스'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성공한 트레이드에 가깝습니다. - 더닝과 함께 넘어간 윔스는 26살임에도 아직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실패한 유망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
트레이드될 것이 유력한 랜스 린.
사진 = AFP 연합뉴스

■ 애덤 이튼 트레이드 결산 [fWAR(팬그래프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기준]
이튼 6.2 워싱턴
더닝 3.9 텍사스
윔스 -- 텍사스 더블A
합 10.1

지올리토 15 화이트삭스
로페즈 7.7 화이트삭스
린 6.8 화이트삭스
쿠에로 -- 화이트삭스 더블A
부시 -- 화이트삭스 더블A
합 29.5
2021년 AL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화이트삭스
사진 = 화이트삭스 SNS

끝나지 않은 수지타산…랜스 린의 유산은?


지올리토 트레이드는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화이트삭스가 린을 트레이드 블록에 올려놓았기 때문입니다. 린은 올시즌 부진하긴 해도, 통산 129승을 거둔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입니다. - 올시즌 119.2이닝, 6승 9패, ERA 6.47, 144탈삼진 -

탬파베이 레이스 등 선발이 필요한 일부 팀에서 린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린이 성적 부진에다 올해 이후 팀옵션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FA이기 때문에 가치가 크게 높진 않아도, 그래도 미래의 위안이 될 유망주를 수혈할 수는 있습니다.

올 시즌 성적이 좋지 못한 화이트삭스는 '대규모 세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이트삭스 입장에선 정말 중요한 시기입니다. 팀의 주축 선수들을 '잘' 팔아야 팀을 빠르게 재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이트삭스가 과거 지올리토·로페즈·더닝 패키지를 받아올 때처럼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관심 포인트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화이트삭스에서 fWAR 15을 올린 지올리토.
사진 = 화이트삭스 SNS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 김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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