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뒤에서 달리는 소리… 등 올라타"
"아니 막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라니깐요?"
대학 수업 준비를 위해 다른 학생의 '다리찢기 스트레칭'을 돕다가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학생이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정덕수)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A씨(34·여)의 항소를 최근 기각하고, 1심처럼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 뒤 피고인이 등에 올라탔다'고 일관되게 진술한다. 목격자 진술도 같다"며 "피고인이 통상적인 방식으로 스트레칭을 도왔다고 볼 수 없다" "상대의 상태를 더 세심히 살펴 조금씩 힘을 주는 방식으로 스트레칭을 도울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B씨가 과거 부상 때문에 다친 것'이란 A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뮤지컬을 하다 보니 수업에서 약간 삔 것 같은 증상이 있다고 이 사건 사고 당시 말했을 뿐입니다. 근육파열 진료나 진단을 받은 적도 없다'고 합니다. 같은 부위에 대한 과거 치료 내역도 없다"며 "피고인이 낸 재연 영상 만으론, 피고인의 과실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A씨는 2021년 3월15일 재학 중이던 서울의 모 대학에서 '연기실습' 수업을 앞두고 다른 학생인 B씨의 등을 강하게 눌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1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은 그때까지 수업에서 총 2번 정도 마주친 사이였습니다. 이들은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수업 전 서로의 다리찢기 스트레칭을 돕기로 했습니다.
B씨가 상반신을 바닥에 대고 다리를 양쪽으로 찢었고, A씨가 그의 등을 눌러줬습니다. 그 순간 B씨가 좌측 허벅지 부분 근육을 다쳐 전치 7주의 상해를 입었습니다.
재판에서 검찰은 "상대가 다치지 않게 안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칭을 도왔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A씨는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1심은 "사고 경위상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돌발적으로 무리한 힘을 줬다"며 A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습니다. A씨의 변호인은 "피해자는 2년 전에도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친 기록이 있습니다. 본인이 과거 다쳤던 사실을 피고인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며 "피고인은 정상적으로 스트레칭을 도왔다. 친분이 없는 다른 두 사람을 섭외해 상황을 재연해 봤다. 달려와 누르기까지 했지만, 부상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이를 촬영한 재연 영상도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A씨도 "가령 치과 치료 후 자신의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알았고 의사도 주의를 당부했다면, 그 사람은 치아가 깨질 가능성을 고려해 누군가 건넨 사탕을 먹지 말아야 한다"며 "다리찢기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처럼 이전부터 부상을 당했던 상황이 아니라면, 등을 누르는 강도가 더 세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