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천 사는데 일부러 신림동으로"...사람 많은 곳 노렸다
입력 2023-07-24 08:43  | 수정 2023-07-24 11:15
사진=연합뉴스
범행 이유 "너무 힘들어, 다른 사람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서울 신림역 일대에서 시민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 모씨 (33)가 구속됐습니다.

이날 조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저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다.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조 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소준섭 판사는 행인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씨에 대해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조 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80m 떨어진 상가 골목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이후 30대 남성 3명에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국적의 조씨는 폭행 등 전과 3범이며, 미성년자 때는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어릴 적 부모를 잃었고 인천에서 이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조씨가 왕래하는 다른 가족으로는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조씨 소유로 추정되는 SNS 계정을 보면, 조씨는 2012~2015년 수차례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흡연을 하는 장면 등 그 또래가 허세를 부리는 듯한 사진이 많습니다. 조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3~4년 전 자신의 업무 때문에 조씨를 수차례 만났다는 회사원 A씨는 본지에 당시 조씨의 요청으로 그를 인천에 있는 사행성 오락실에서 만났는데 굉장히 평범했고 지금보다 날씬하다는 느낌을 줬다”며 평범한 사람이 흉악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했습니다. 본지가 이 사행성 오락실을 찾아 확인한 결과, 조씨가 평소 자주 드나들었다”고 오락실 직원들이 전했습니다.

조씨의 동창이라고 밝힌 B씨는 조씨에 대해 대림동에 살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 인천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안다”며 조씨는 동업자와 사행성 오락실 사업을 해왔던 걸로 안다”고도 했습니다.

조씨는 일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인상착의가 기억난다고 하다가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동기, 마약 복용 여부 등에 있어서도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진술을 있는 그대로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조씨는 처음에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주장했다가, 마약 간이시약 검사 결과에서 음성이 나오자 진술을 번복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조씨의 진술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조씨 모발 등의 정밀 감식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조씨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하는 한편 사이코패스 진단검사(PCL-R)를 하는 등 수사를 이어간다는 입장입니다. 수사 초기 조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합니다.

인천에서 서울 금천구 할머니 자택을 오갔던 조씨가 신림역 인근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이전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것을 알기에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장소 선정 이유, 경위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씨 신상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돌았습니다. 조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이는 ‘과거 조씨와 함께 일했는데, 조씨가 도박 빚 5000만원이 있고 이혼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무직 상태인 조씨가 과거 건설 현장 일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조씨에 대해 불성실하고 불만만 많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아직 조사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조씨가 일면식이 없던 남성 4명을 연달아 찌르고 1명을 숨지게 하는 데 걸린 시간은 3~4분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부상자 3명 중 1명은 퇴원했고, 나머지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위독한 상태로 알려진 피해자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조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 현장에는 시민들의 애도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23일 오후 1시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애도 공간에는 시민 20여 명이 피해자의 명복을 빌고 있었습니다. 애도 공간에는 100여 개의 꽃다발과 커피·술·과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한 신림동 주민 김모(30)씨는 집 근처에서 내 또래 남성들이 희생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막상 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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